중국발 스벅 커피, 아크릴아마이드 공포-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371)
중국발 스벅 커피, 아크릴아마이드 공포-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371)
  • 하상도 교수
  • 승인 2024.01.29 07:4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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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카노·바닐라 라떼 등서 아크릴아마이드 검출
인체발암 추정 물질…미미한 수준 불구 소소익선

중국 푸젠성 소비자 권익보호위원회가 푸저우 지역 스타벅스와 루이싱 등 20개 주요 커피점에서 온·오프라인으로 판매되는 59종 커피 제품 성분을 조사한 결과, 모든 커피에서 아크릴아마이드(Acrylamide)가 나왔다고 한다. 아크릴아마이드는 ㎏당 11.1∼30.4㎍(마이크로그램·1㎍은 100만분의 1g)이 검출됐는데, 모커 커피가 판매하는 아메리카노 블랙커피에서 1㎏당 30.4㎍으로 가장 많이 나왔고, 루이싱의 무첨가당 아메리카노에서 24.7㎍, 스타벅스의 바닐라라떼에서 13.8㎍ 검출됐다.

△하상도 교수(중앙대 식품공학부·식품안전성)
△하상도 교수(중앙대 식품공학부·식품안전성)

아크릴아마이드는 폐수 처리시설의 오염물 응집제, 종이컵과 빨대 등의 코팅제로 주로 사용되는데, 음식을 굽거나 튀길 때 주로 만들어진다.

아크릴아마이드는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가 인체발암 추정물질인 2A군으로 규정한 물질로서 동물실험에선 암을 유발하는 것으로 확인됐지만 인체를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아 잠재적 발암물질로 분류된다.

아크릴아마이드 생성 사실은 2002년 4월 스웨덴 식품규격청이 처음 보고했는데, 이후 다른 나라들도 그 위험성을 경고하기 시작했다. 미국 식약청(FDA)도 지난 2013년부터 음식 속에 든 아크릴아마이드 섭취를 줄여야 한다고 경고해 왔으며, 최근엔 영국 식품기준청(FSA)도 뒤를 잇고 있다. 아크릴아마이드는 감자 등 탄수화물이 풍부한 식품을 고온 조리했을 때 아스파라긴산과 당의 화학반응에 의해 생성된다. 120℃ 이하 조리온도에서는 생성되지 않고, 160℃ 이상 고온에서 급증하는데, 가열시간에 비례해 생성된다. 또한 커피를 볶을 때도 생성된다.

우리나라에서는 명절마다 “탄수화물 바싹 튀기지 마세요!”라는 갈색 음식 경계령이 내려진다. 명절 음식은 튀김, 부침 등 유난히도 기름에 튀기고 구워 먹는 음식이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상에는 공짜는 없는 법, 인류는 불맛을 즐긴 대가를 치러야 한다. 불을 많이 사용할수록 탄수화물이나 단백질의 갈색이 진해지며 암 발생 위험 또한 커지기 때문이다.

특히 식빵, 감자 등을 진한 갈색이 될 때까지 토스터에 굽거나 기름에 튀겨 먹으면 바삭바삭한 식감과 고소한 맛을 얻을 수는 있으나 오래 조리할수록 발암성 물질이 많이 생긴다.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에서는 “아크릴아마이드는 700여 개 식품에 포함되어 있으며 그중에서도 감자 칩, 감자튀김, 커피에 가장 많이 들어 있다.”라고 발표해 소비자의 걱정을 초래하기도 했다. 과거 우리 식약처도 “에어프라이어로 빵과 감자튀김을 190℃ 이상 고온에서 장시간 조리하면 아크릴아마이드 생성량이 증가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라고 발표한 적이 있었다.

식빵은 180℃에서 24분 또는 190℃에서 16분 이상, 냉동감자는 190℃에서 40분 이상 조리했을 때 아크릴아마이드가 유럽연합(EU) 권고 기준(식빵 0.05㎎/㎏, 냉동감자 0.5㎎/㎏) 이상으로 검출됐다고 밝혔다.

아크릴아마이드 규제와 관련된 국제적 안전기준은 없지만 WHO는 마시는 물에만 하루 권장량을 리터당 0.5 ppb 미만으로 제한하고 있다. 우리나라 식약처 역시 현재 아크릴아마이드를 기준‧규격으로 관리하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유통 중인 가공식품을 모니터링한 결과, 현재 시판되는 가공식품을 통한 노출 수준이 미미해 안심해도 된다고 하니 다행이다. 그리고 WHO의 식품 중 아크릴아마이드 위해성 평가 수행 결과, 식품 섭취를 통한 장기간의 노출량은 현재 0.3~0.8㎍/㎏ bw/day로 추정돼 인체에 나쁜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고 한다.

그리고 이번 중국 커피 모니터링 결과에 대해 중국 소비자권익보호위도 “중국에서는 아직 커피 함유 아크릴아마이드에 대한 제한이나 금지 규정이 없지만 과다하게 마시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라며 커피를 타는 물의 온도가 65℃를 넘기지 않는 것이 좋다고 권고했다. 그리고 성인 기준 매일 12㎏의 커피를 마셔야 발암량에 도달하므로 이번에 검출된 아크릴아마이드 양은 암을 유발할 정도는 아니라고 밝혔다.

사실 아크릴아마이드는 커피 등 시판 식품으로부터의 노출량을 따져 볼 때 건강에 대한 피해를 그리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본다. 그러나 먹어서 우리 몸에 좋을 게 전혀 없는 소소익선(小小益善)의 물질이다. 사람이 먹는 모든 음식은 발암물질과 기타 독성물질을 미량이나마 갖고 있고 양의 많고 적음이 있을 뿐이다.

발암물질의 섭취를 줄이는 최선의 방법은 노출량을 줄이는 것이다. 가능한 적게 먹는 것이 가장 좋다. 이를 현대의 식단에서 완전히 제거할 순 없지만, 조리법만 살짝 바꿔도 섭취량을 상당히 줄일 수 있다. 특히 굽거나 튀기거나 볶을 땐 검게 또는 진하게 태우지 말고, 황금빛이 돌 때까지만 조리하는 게 바람직하다. 고온에 지나치게 오래 조리해서 섭취하는 것을 피해야 하며, 가능한 기름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또한 물에 끓여 낸 것은 아크릴아마이드가 검출되지 않으므로 찜, 삶기와 같은 가공‧조리법을 적극 활용하는 것이 좋다. 환경적 요인까지 줄이려면 햇빛이나 매연, 미세먼지의 노출을 가급적 삼가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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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다가 2024-02-01 10:38:38
종이컵과 빨대 코팅재로 아크릴아마이드를 쓴다는 얘기는 처음 들어보는데 근거가 있는지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