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의료용도식품의 미래와 발전 방안-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369)
특수의료용도식품의 미래와 발전 방안-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369)
  • 하상도 교수
  • 승인 2024.01.15 07: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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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컬 푸드’로 독립 관리, 소비자에 도움 안 돼
업계 산업 활성화 차원 ‘헬스&웰니스 식품’ 원해

최근 고혈압, 당뇨 등 만성질환 증가로 환자들의 영양 보충 및 관리식으로 특수의료용도식품(메디푸드, 케어푸드)이 주목받으면서 푸드테크 기반의 관련 산업이 급성장하고 있다. 우리나라 특수의료용도식품 시장 규모는 식약처 통계 연보의 생산액 기준으로, 2019년 596억 원에서 2020년 864억 원으로 전년 대비 45% 급성장했다. 관련 국내 시장이 2023년부터 2030년까지 연평균 5.2% 성장할 것으로 예측되고 세계 시장도 연평균 6.9% 수준으로 성장하고 있다고 한다. 가정간편식 시장도 연평균 20% 성장하고 있어 서로 시너지를 주고 있는 상황이다.

△하상도 교수(중앙대 식품공학부·식품안전성)
△하상도 교수(중앙대 식품공학부·식품안전성)

특수의료용도식품이 주목받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환자 입장에서는 음식을 가릴 필요가 없고, 고영양식을 안전하게 섭취량 걱정하지 않고 먹을 수 있어 좋다. 또 보호자도 반조리 형태로 제공되기 때문에 바쁜 생활 속에서 이들 환자를 간편하게 케어할 수 있어 일석이조의 소비자 니즈를 얻고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이유는 산업적 가치를 높이 산 정부의 전략적 지원 덕이다. 2019년 12월부터 농식품부는 식약처, 해수부와 함께 메디푸드를 5대 유망분야로 선정했다. 2020년 9월 농식품부 주관 10개 부처·청의 ‘그린바이오 융합형 신산업 육성방안’에서도 메디푸드를 육성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곧이어 2020년 11월 식약처는 고시를 개정해 특수의료용도식품을 독립된 식품군으로 분류하고 밀키트 형태의 식단형 식사 관리 식품을 허용했다. 2022년 7월에도 ‘국제기준 선도 식의약 행정 혁신방안’을 발표해 다양한 질환자를 위해 메디푸드 유형을 확대하는 등 신기술 분야 맞춤형 혁신에 나섰다.

이것이 끝이 아니다. 작년에는 암환자용 제품을, 올해엔 고혈압 환자용 제품, 수분 및 전해질 보충용 제품의 유형과 기준을 신설했고 향후 폐질환자용, 간질환자용, 염증성 장질환자용 등 질환별 제품 기준도 추가로 마련한다고 한다.

이 특수의료용도식품의 용어와 범위에 대해서는 국가별로 다양하다. 우리나라처럼 특수용도식품에 메디컬푸드를 포함시켜 일반식품 하나로 관리하는 국가도 있고, 메디컬푸드를 따로 정해 특별한 영양을 필요로 하는 환자들을 위해 의사의 지시에 따라 사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미국과 일부 유럽국가도 있다.

얼마 전 현재 국내에서 일반식품으로 관리되는 특수의료용도식품을 미국·유럽 시장처럼 약품과 식품의 중간에 독립된 영역인 ‘의료용식품(메디컬푸드)’으로 관리하자는 일부 의료인의 주장이 있었다. 사실 특수의료용도식품은 표시에 질환명이 붙는다는 점 외에 의사가 처방을 해야 먹을 수 있는 분류는 아니라 생각한다.

이는 내용물에 약이나 기능성 성분이 들어가는 것도 아닌 일반식품 그 자체이고 치료용이 아닌 회복용 영양보충식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소비자를 위해서나 환자를 위해서나 특수의료용도식품은 간편하게 구매해 먹을 수 있는 일반식품으로 봐야 한다.

식약처도 질환명 표기가 질병의 효능·효과를 의미하는 게 아니라 질환자의 복용 편의를 돕기 위한 안내에 불과해 의약품처럼 질병 치료 효능·효과 수준을 연상시키거나 바라면 안 된다고 이미 선언한 바 있다.

그리고 ‘건강기능식품’을 예로 들고 ‘특수의료용도식품’에서 ‘의료용식품(메디컬푸드)’을 떼서 별도의 법이나 시장 형성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그룹도 있었다. 의료용식품이 의료인의 관리와 보험적용 등 약품처럼 유통돼야 한다는 것이다. 가뜩이나 건강기능식품이 약과 식품 중간에 위치해 소비자들이 헷갈리는 판에 별도의 의료용식품까지 만들자는 건 소비자에게 도움이 전혀 안 된다고 본다. 게다가 가뜩이나 물가가 하늘을 찌르는데 제품 가격도 오르고 시장도 위축될 것이기 때문이다.

식품산업계에서는 ‘의료’, ‘환자’ 대신 ‘Health & Wellness 식품’이라는 용어를 쓰고 싶어 한다. 이 카테고리가 환자용으로만 한정되는 것이 아닌 노약자를 포함해 감기나 부상 등 몸이 일시적으로 아픈 일반인까지도 포괄하는 다양한 소비자가 활용하는 일반식품이길 바란다는 의중이 담긴 것 같다. 즉, 당뇨환자용식품도 환자뿐 아니라 일반인도 상황에 따라 먹을 수 있어야 하고 일반인이 먹어도 안전하면 된다는 말이다.

특수의료용도식품은 아직 시장이 제대로 크지도 않았는데, 의료인의 처방을 받는다든지 별도의 허가를 받아야 생산, 판매할 수 있다든지 약국이나 특별히 지정된 장소에서만 팔게 한다면 규제로 시장을 죽이는 꼴이 되고 말 것이다.

사실 현실과 이상은 다르다. 환자에게 ‘영양소 필요량’을 계산해 환자식을 만들어 먹여도 환자가 몸 상태에 따라 다 먹지 못하는 경우도 많고 컨디션이 좋을 때는 더 먹을 수도 있는 상황이 허다하다. 게다가 보호자가 사 온 간식이나 과일, 빵 등을 환자가 추가로 먹는 경우도 있다.

어차피 환자별 영양소 필요량을 계산해 일회섭취량으로 제공해도 실제 사람이 먹는 음식의 양은 약이나 주사처럼 제한하지 못하므로 의미가 없다. 결국 아무리 환자용 영양소 필요량을 잘 계산해 제공한다고 하더라도 환자가 그 양만큼 정확히 먹지 않기 때문에 현실에서는 적용되지 않게 된다.

식품산업 발전과 소비자 편의, 그리고 현실적 식품 섭취 행태 등을 보더라도 이 카테고리를 환자용 메디컬푸드로 한정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즉, ‘일반식품’으로 활용해 환자와 환자 가족은 물론이고 노약자나 일시적으로 몸 상태가 좋지 못한 일반인, 건강한 사람 등 다양한 소비자들이 특수의료용도식품을 먹고 즐길 수 있어야 한다. 게다가 시장에서도 자유롭게 구매할 수도 있어야만 관련 산업이 활성화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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