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 코로나19 딛고 1분기 영업 잘했다
식품, 코로나19 딛고 1분기 영업 잘했다
  • 이재현 기자
  • 승인 2020.05.25 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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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선 가정간편식·라면 소비 늘고 해외선 K-푸드 열기로 성과
글로벌 경영 영업이익 두 자릿수 신장 주목

전 세계적인 코로나 팬데믹 상황 속에서 국내 식품업계가 1분기 괄목할 만한 성적을 내 주목을 끌고 있다. 국내에선 HMR, 라면 등 내식 소비가 늘었고, 해외시장에선 ‘K-푸드’ 열기 속 기대 이상의 성과를 올렸다.

특히 해외실적에서 업체간 희비가 엇갈렸는데, 글로벌 시장 공략에 집중한 CJ제일제당, 대상, 오리온, 풀무원, 농심, 삼양식품 등은 영업이익 두 자릿수 성장을 이어간 반면 국내 집중한 동원F&B, SPC삼립 등은 소폭 상승하거나 감소했다.

또한 유업계에서는 적자 전환한 남양유업과 달리 매일유업이 웃었고, 급식업체는 코로나 직격탄을 맞아 최악의 실적을 냈다.

금융감독원 전자거래공시시스템을 살펴보면 CJ제일제당은 글로벌 시장의 안정적 성과를 바탕으로 올 1분기 식품부문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1.4% 증가한 2조 2606억 원을 기록했다.

미국 슈완스(매출 7426억 원)를 포함한 글로벌 가공식품 매출이 전년대비 약 126% 늘어난 1조 386억 원을 달성하며 실적 증가를 이끌었다.

국내에서는 ‘비비고 죽’ ‘비비고 국물요리’ 등 주요 가정간편식(HMR)과 만두를 비롯한 핵심제품의 매출이 상승하며 다시다와 장류 등 B2B 비중이 높은 품목의 매출 감소를 상쇄했다. 영업이익은 사업 효율화와 슈완스 판매 확대에 힘입어 15.3% 늘어난 1163억 원을 달성했다.

작년 사상 첫 매출 3조 원을 돌파한 동원F&B는 매출이 4.7% 늘어난 7835억 원, 영업이익은 4.6% 증가한 364억 원으로 나타났다. 코로나 사태로 집밥 소비가 늘며 주력 제품인 참치캔과 양반죽, 양반김 등 가정간편식 판매가 늘어난 결과다. 실제 동원참치의 시장 점유율은 2018년 77.4%에서 올 1분기 81.3%로 증가했다.

대상은 연결기준 매출액 7557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5%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30.8%가 오른 498억 원을 달성했다. 특히 식품부문은 매출액이 4317억 원으로 20.2%가 늘었고, 영업이익은 무려 72.9%가 상승한 256억 원을 기록했다.

인도네시아·베트남·필리핀 등 해외법인을 중심으로 호실적을 거둔 것이 주효했는데, 해외 매출을 살펴보면 아시아 14.1%, 북미 50.1%, 유럽 6.7% 등 고르게 증가했다.

올 1분기 최종 승자는 농심이 됐다. 전 세계적인 짜파구리 열풍과 코로나19 반사이익에 힘입어 올 1분기 연결기준 매출액 6877억 원, 영업이익 636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은 16.8%, 영업이익은 101.1% 각각 증가한 것.

매출 신장의 주요인은 짜파구리 열풍과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국내외 라면소비 증가다. 영화 ‘기생충’의 오스카 수상을 계기로 국내는 물론 세계 각지로 짜파구리 인기가 번지면서 짜파게티와 너구리의 매출이 급증했고, 코로나19 영향으로 국내는 물론 해외 소비자들까지 라면을 찾으면서 전 세계적으로 라면소비가 늘어났다. 국내에서만 1분기 매출(수출포함)은 전년대비 14.2% 성장한 5199억 원을 기록했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미국과 중국, 일본, 유럽 등에서 라면 사재기 현상이 나타났는데, 농심은 미국과 중국 현지 공장을 풀가동하는 동시에 수출물량을 대폭 늘려 수요에 대처했다. 해외법인별 지속적인 영업과 유통망 확장을 바탕으로, 1분기 해외법인 실적은 1677억 원(25.9%↑)을 달성했다.

오뚜기 역시 라면과 카레, 탕·찌개류를 비롯한 HMR 판매가 증가하며 매출액 6455억 원(8.2% ↑), 영업이익 572억 원(8.3%↑)을 달성했다. 특히 라면 수출이 크게 늘며 글로벌 매출도 전년 동기 대비 14%가량 증가했다.

SPC삼립은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 증가한 5907억 원인 반면 영업이익은 30% 가까이 줄었다. 베이커리·신선편의식품(샐러드) 부문에서는 선방했으나 휴게소·외식사업 부문의 타격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SPC삼립의 베이커리·푸드 부문 매출은 각각 8%, 1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풀무원은 1분기 매출은 2% 증가한 5626억 원이지만 영업이익은 무려 200%가 늘며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푸드서비스·외식 부문의 타격이 있었으나 식품부문에서 매출이 늘었고 그동안 저조했던 중국, 미국 등 해외 사업부 매출이 늘면서 영업이익이 개선됐다.

오리온은 올 1분기 연결기준 매출액 5398억 원, 영업이익 970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은 8.5%, 영업이익은 25.5% 성장했다.

한국 법인은 ‘포카칩’ ‘썬’ ‘꼬북칩’ ‘치킨팝’ 등 스낵 제품과 ‘초코파이’ ‘다이제’ ‘닥터유 단백질바’ 등 매출 호조에 힘입어 7.2%의 매출 성장을 기록했다.

특히 해외사업이 성과가 주효했는데, 중국은 매출이 4.6% 늘었고 베트남 법인은 현지 진출 이래 1분기 기준 최대 매출을 달성했다. 쌀과자, 양산빵 등 신규 카테고리 개척 성공과 편의점, 체인스토어 등 신규 유통 채널 점포 확대에 힘입어 23.9% 매출 성장을 기록했다. 특히 편의점, 체인스토어 등 젊은 층 이용률이 높은 유통 채널에서 크게 성장하며 포카칩(오스타), 오!감자(따요) 등 스낵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58% 증가했다.

러시아 법인은 초코파이 제품군 확장에 성공하며 32.8% 성장했다. 현지 소비자들에게 친숙한 ‘라즈베리’ ‘체리’ ‘블랙커런트’ 등 베리 맛 초코파이를 선보이며 초코파이 1분기 매출이 전년대비 32% 넘게 성장, 제 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매출 26.2%가 올라 5338억 원을, 영업이익도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테라·진로 등 인기 신제품이 출시되기 전 재고조정 등으로 하락한 전년 동기 실적 기저효과와 영업 및 마케팅활동이 전면 중단됨에 따른 판매비 등이 주효했다.

롯데칠성음료는 매출(5074억 원)과 영업이익(62억 원) 각각 12%, 67% 감소하며 암울한 시기를 보냈다. 수년간 부진한 주류 부문 실적을 메워주던 음료사업부 실적까지 꺾였기 때문이다. 음료부문의 전반적인 매출이 감소하면서 영업이익 또한 전년 동기 대비 6% 줄어든 239억 원에 그쳤다.

롯데칠성음료는 올해 비상경영 활동에 돌입하고, 마케팅 비용 절감 등 비용효율화를 통해 수익성 개선에 힘쓸 계획이다.

삼양식품은 역대 분기 최대 매출(1563억 원)과 영업이익(266억 원)을 달성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 29%, 영업이익 73% 각각 증가했다. 코로나19 사태로 반사이익을 얻은 라면 수요 증가가 1분기 실적을 이끈 것으로 분석된다.

해외의 경우 각국 외출제한 조치로 실수요가 증가한 것과 물류 차질 등으로 제품 공급이 어려워질 것을 우려한 해외 거래선들이 주문량을 늘리면서 전년 동기 대비 49% 성장한 773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국내는 전년 동기 대비 15% 성장한 790억 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본격화된 2월 말을 기점으로 기존 대비 발주량이 2배 이상 늘었으며, 재택근무 등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확대된 라면 수요가 내수 매출 증가로 이어졌다.

특히 영업이익은 내수보다 판매관리비가 적게 소요되는 수출 비중이 확대되고,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마케팅 비용이 줄면서 전년 동기 대비 큰 폭으로 개선됐다.

유업계에서는 대표 맞수인 매일유업과 남양유업의 희비가 엇갈렸다. 매일유업은 연결기준 매출 3582억 원, 영업이익 203억 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대비 각각 6.1%, 4.1% 성장했으나 남양유업은 매출 7.8% 감소한 2315억 원, 영업이익은 334억 원이 줄어 적자 전환했다.

매일유업은 업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백색시유 부문의 비중을 20%대로 줄이고 수익성이 높은 성인단백질 제품 ‘셀릭스’ 제품에 집중한 것이 긍정적으로 작용했고, 학교급식용 우유 비중이 높았던 남양유업은 고전을 면치 못했다.

급식업계는 최저임금 인상과 주5일 근무제로 인한 리스크 확대에 코로나 여파까지 겹치며 발목을 잡았다. 작년 급식업계 최초 3조 원 매출을 기록한 CJ프레시웨이는 1분기 매출액이 19.4% 하락한 6024억 원에 그치고 영업이익도 적자로 돌아섰다. 신세계푸드 역시 매출액 3.6%가 감소한 3050억 원에, 영업이익 39억 원 적자에 그쳤다.

현대그린푸드는 매출은 전년과 비슷한 3806억 원을 기록해 선방했지만 영업이익이 14.4%나 줄었다.

업계는 코로나19 여파로 산업계 전반에 경영위기가 닥쳐온 가운데서도 전반적으로 안정적인 성장을 유지하자 급변하는 식품시장 트렌드에 맞춰 신제품 개발 및 마케팅으로 성장세를 2분기에도 이어간다는 전략이다. 특히 해외사업에 보다 집중해 2분기에도 해외에서의 호실적을 이어가겠다는 계획이다.

CJ제일제당은 작년부터 수익성 강화에 중점을 둔 ‘혁신성장’에 주력한 결과 글로벌 위기 상황에도 안정된 성과를 낸 만큼 핵심 제품과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고 전략적 R&D투자 및 경쟁력 확보를 통해 미래 성장을 이어갈 방침이고, 동원F&B는 수산식품 전문성을 십분 활용해 ‘수산 간편요리 KIT(키트)’ 라인업을 더욱 확장하고, 유가공품과 식물성 대체육 브랜드 ‘비욘드미트’ 등을 앞세워 틈새시장을 공략한다는 구상이다. 또 비대면 소비 트렌드에 맞춰 ‘동원몰’의 매출도 더욱 끌어 올린다는 계획이다.

대상은 안주간편식 1위 브랜드 ‘안주야(夜)’를 앞세워 냉동안주는 물론 상온안주시장까지 저변을 확장하고, 최근 론칭한 일상식습관 브랜드 ‘라이틀리(Lightly)’를 통해 저칼로리 간편식으로 건강과 다이어트에 관심 많은 소비층을 공략할 방침이다.

아울러 온라인 전용 브랜드 ‘집으로ON’ 상품군 확대로 온라인 간편식 시장에서 주도권을 거머쥐고 약 1000억 원을 투자한 마곡 연구소 조성도 순조롭게 진행해 글로벌 식품·소재사업 육성에 박차를 가한다.

농심은 2분에도 유럽, 미국 등 해외시장의 라면 수요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어 수출을 확대하고 해외법인을 중심으로 현지 시장 수요에 적극 대처할 방침이며, 오뚜기는 간편식 시장 공략에 집중해 ‘진진짜라’와 ‘진비빔면’ 등 라면 신제품을 지속적으로 선보이는 한편, 전자레인지 전용 생선구이와 프리미엄 딤섬과 같은 경쟁사와 차별화할 수 있는 HMR 제품군 확장에 속도를 가할 전략이다.

특히 미국·중국·베트남 등지로 해외사업을 확장해 전체 사업매출의 10% 이상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오리온은 국내에서는 가성비를 높인 실속스낵 라인업을 강화하고, 성장하고 있는 단백질 제품군도 다양화해 지속적인 매출 성장을 도모하는 한편 ‘제주용암수’ 등 신규 사업도 강화해 새로운 성장의 모멘텀을 마련할 방침이다.

또한 중국은 일반 소매점 전용 소용량 제품을 출시해 시장 점유율을 늘리고 베트남에서는 고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도록 스낵, 파이 신제품 출시를 지속하는 것은 물론 최근 소득 수준 향상을 바탕으로 급성장하는 편의점 및 체인스토어 대상 영업활동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삼양식품은 해외에서 안정적인 판매망 구축과 브랜드 마케팅 활동에 주력하는 한편 국내에선 차별화된 신제품 출시, SNS 마케팅 강화 및 불닭브랜드를 이용한 다양한 협업을 추진해 성장세를 이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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