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酒) 이야기② : 와인-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209)
술(酒) 이야기② : 와인-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209)
  • 하상도 교수
  • 승인 2020.05.25 0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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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약성서에 포도주 제조법 등장…인류의 역사와 함께 한 술
색상 따라 적포도주·백포도주·로제 와인 등으로 분류
‘스파클링’엔 탄산…프랑스 상파뉴지방 제품이 ‘샴페인’
폴리페놀 다량 함유 고혈압 등 성인병·노화 예방에 도움

요즘 와인 시장이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국내만 5천억 시장이라고 하는데, 건강 컨셉에 저도주 열풍, 최근 코로나사태로 재택시간이 길어지며 와인을 집에서 마시는 인구가 늘어난 것도 큰 영향을 줬다. 인류가 포도를 먹기 시작한 시기는 3~4만 년 전쯤으로 추정된다. 아마 가을철에 포도를 수확해 먹다가 남은 것을 처리하다 건포도를 만들어 보관하며 먹기도 하고 주스로 마시기도 하고 항아리에 담아 차가운 곳에 보관하다가 겨울철 음식이 부족하고 과일이 없을 때 꺼내 먹었을 것이다. 포도를 보관하다가 껍질에 묻어 있던 천연 효모(이스트)에 의해 발효된 술을 먹기 시작한 것이 와인의 기원이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하상도 교수
△하상도 교수

구약성서의 ‘노아의 방주’ 이야기에서 하느님이 노아에게 포도의 재배법과 포도주 제조법을 전수했다고 한다. 중국에서는 하(夏)나라의 시조 우왕 때 의적(儀狄)이 처음 곡류로 술을 빚어 왕에게 헌상했다는 전설이 있다. 또한 진(晉)나라의 강통(江統)은 「주고(酒誥)」라는 책에서 “술이 만들어지기 시작한 시기는 상황(上皇, 천지개벽과 함께 태어난 사람) 때부터”라고 하여 인류의 탄생과 함께 술이 만들어졌음을 시사했다.

고고학자들은 포도씨가 쌓인 유물을 통해 BC 9천 년경 신석기시대부터 포도주를 마시기 시작한 것으로 보고 있다. 와인의 역사는 문명이 발달한 이집트와 메소포타미아 지역에서 발달하기 시작한 것으로 추측된다. BC 8 천 년경 메소포타미아 유역의 그루지아지역에서 발견된 압착기, BC 7천5백 년경 이집트와 메소포타미아에서 발견된 와인저장실, BC 4천~3천5백 년에 사용된 와인항아리, BC 3천5백 년경 발견된 이집트의 포도 재배와 와인제조법이 새겨진 유물 등이 그 증거가 된다. 와인 관련 최초의 기록은 BC 2천 년 바빌론의 ‘함무라비법전’에 언급된 와인 상거래 관련 내용이다. 그리고 그리스 신화의 디오니소스(Dionysos)는 로마신화에서 주신(酒神) 즉, 바카스(Bacchus)로 불리는데, 머리에 포도송이로 만든 관을 쓰고 있다.

우리나라 「주세법」에 따르면 알코올이 1% 이상 함유된 음료를 “술(酒)”로 정의한다. 사실상 술은 주신(酒神)이 만드는 것이 아니라 미생물인 효모가 포도, 곡물 등에 함유된 포도당(C6H12O6)을 분해하여 발효과정을 거쳐 만든다. 포도당은 산소가 충분하면 이산화탄소와 물로 변하지만, 밀폐된 용기 내 산소가 부족한 혐기적 환경에서는 이산화탄소와 함께 에탄올을 생성하게 된다. 이것이 바로 술을 만드는 원리다. 와인은 색상별로 적포도주, 백포도주, 로제 와인 등으로 나뉜다. 화이트와인이라고 해서 꼭 청포도로만 만드는 것은 아니고, 양조법에 따라 적포도로도 화이트와인을 만들 수도 있다. 적포도의 껍질과 씨의 활용 여부에 따라 발효된 와인의 색이 결정된다.

포도과즙이 발효되는 과정에서 탄산가스가 생성돼 휘발되고 발효액만 남게 되는데, 이러한 와인을 ‘스틸와인(Still wine)’이라 부른다. ‘스파클링와인’은 발효가 끝난 와인에 당분과 효모를 첨가해 인위적으로 재발효를 유도해 탄산이 포함되게 만든 와인을 말한다. 이 중 프랑스의 샹파뉴지방에서 생산되는 것을 ‘샴페인’이라고 하는데, 프랑스 부르고뉴지방에서는 ‘크레망’, 스페인에서는 ‘까바’, 이탈리아에서는 ‘스푸만테’, 독일에서는 ‘젝트’, 미국에서는 ‘스파클링 와인’이라 부른다. 일반 와인의 양조과정 중간에 브랜디를 첨가해 도수를 높인 ‘주정강화 와인’이 있데, 스페인의 셰리와인, 포르투갈의 포트와인 등이 유명하다.

와인은 도수가 5% 정도로 낮은 것도 있고 주정 강화 시에는 20% 가까이 높아지지만 평균 12~14%의 알코올 함량에 85%의 수분, 소량의 당분, 유기산, 폴리페놀, 영양소, 비타민, 무기질 등이 들어 있다. 소독효과가 있어 기원전부터 외상치료제로 사용됐고, 수면제, 안정제 등으로도 사용됐고 히포크라테스는 와인에 물과 향료를 섞어서 두통과 소화장애 치료, 해열 등에 활용했다고 한다. 특히 레드와인은 심장질환, 고혈압 등 성인병 예방에 좋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이는 근거 있는 말이다. 와인은 항산화물질인 폴리페놀을 다량 함유하고 있어 적당량 마신다면 심혈관질환 예방과 활성산소 제거로 신체 노화예방에 어느 정도는 도움이 된다.

이렇게 기능 성분이 많은 와인도 결국은 술(酒)이다. 술 역시 모든 음식이 그러하듯이 몸에 좋은 면과 나쁜 독성을 모두 갖고 있다. 와인에는 발암성 물질인 에탄올, 에틸카바메이트 등 독성물질이 다량 함유돼 있어 과량섭취 시 부작용도 크다. 술은 이왕 인류의 역사와 함께 했고 허용된 식품이니 좋은 면을 크게 보고 즐기는 지혜가 필요하다. 안전한 음주량은 하루에 순수 알코올 35g 정도라 한다. 소주나 양주로 환산하면 3 잔정도, 14% 와인으로 환산하면 한 병이 750 ml이니 약 1/3병, 즉 와인 잔으로 1~2 잔 정도다. 소소익선(小小翊善)! 와인은 식사할 때 한 두잔 정도만 마셔야 식도락(食道樂)과 함께 건강까지 챙길 수 있다.

중앙대학교 식품공학부 교수(식품안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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