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酒) 이야기③ : 맥주-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210)
술(酒) 이야기③ : 맥주-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210)
  • 하상도 교수
  • 승인 2020.06.01 0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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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차와 함께 세계 3대 음료…코로나 이후 혼술족 즐겨

앞으로 인류의 역사는 코로나19 이전과 이후로 나뉠 것이라고 한다. 코로나19로 재택근무와 집콕족이 늘어나고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조되면서 회식이 줄어들고 혼술족이 늘어났다. 이에 편의점 맥주 판매량이 급성장했고, 안주류 판매량도 덩달아 뛰었다고 한다. 그리고 술에 대한 정부의 입장도 규제 일변도에서 고부가가치산업으로 인식되며 맥주 등 주류 관련 규제가 파격적으로 개선되고 있어 맥주를 위시한 주류산업의 성장 가도가 밝기만 하다.

△하상도 교수
△하상도 교수

맥주(麥酒)는 세계에서 물과 차 다음으로 많이 마시는 세계 3대 음료다. 정부가 18년 만에 소주·맥주의 ‘가정용’과 ‘대형매장(마트)용’ 판매 구분을 없애는 방안을 추진한다. 내용물이 똑같은 제품을 ‘어디에서 팔리느냐’에 부과하는 세금 때문에 유통·재고관리를 따로 해야 하는 주류업계의 비효율성을 없애주기 위해서라고 한다.

이런 용도표기 구분이 사라지면 재고관리와 제반 비용 부담을 덜 수 있어 업계는 반기고 있다. 배달 방식도 많은 규제가 완화되고 있는데, 온라인(통신) 배송만은 보류됐다고 한다. 국내 맥주시장은 약 4조 원 규모로 전체 주류 시장의 절반 가까이 차지하고 있다. 최근 국내 주류 수입물량도 급증하고 있는데, 맥주와 와인이 가장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술은 인류의 역사와 늘 함께 했다. 농경시대에는 곡물이 원료인 곡주(穀酒)를 먹기 시작했고, 정착 농경이 시작되면서부터는 맥주, 청주 등 곡류 양조주가 본격적으로 개발됐다. 중국에서는 하(夏)나라의 시조 우왕 때 의적(儀狄)이 처음 곡류로 술을 빚어 왕에게 헌상했다는 전설도 있다.

맥주(Beer)의 어원은 영어의 ‘Beor’와 라틴어 ‘Bibere’에서 기원했다. 술의 역사도 와인보다 맥주가 먼저다. 이미 기원전 8000년경 곡식으로 발효 술을 만든 최초의 흔적들이 에리코(현 요르단)에서 발견된 바 있다.

맥주는 인류가 유목생활에서 농경 정착생활로 전환하면서부터인 기원전 4000년경 메소포타미아 수메르인들에 의해 탄생했다는 것이 정설이다. 이들은 곡물로 만든 빵을 분쇄한 다음 맥아를 넣고 물을 부은 뒤 발효시키는 방법으로 맥주를 제조했고 기원전 3000년경부터는 이집트 지역에서도 맥주를 생산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당시에는 수질이 나빠 그냥 마실 수 있는 물이 귀해 양조과정에서 끓이고 발효된 음료가 사람들이 마시기에 훨씬 안전한 것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이후 맥주는 그리스인과 로마인들에 의해 유럽으로 건너가 중세시대에는 수도원에서 맥주를 양조했다고 하고 8세기경 영국의 에일과 포터가 만들어졌다.

맥주는 19세기 산업혁명 시대 비약적인 발전을 했다. 영국의 제임스 와트가 만든 증기기관은 물의 이송과 맥아의 분쇄, 맥즙의 교반 등에 동력을 제공했고, 맥주의 대량 생산을 가능하게 했다.

독일의 카를 폰 린데는 냉동기를 발명해 하면발효 맥주를 계절에 관계없이 양조할 수 있도록 했다. 프랑스의 루이 파스퇴르는 술이 효모 작용에 의해 생성된다는 사실과 열처리 살균법을 발명했다. 호프로 맥주를 만드는 기술은 19세기 북유럽에서 시작됐고 대중적으로 전파시킨 것은 독일이었다. 영국에서는 다른 지역들과는 달리 호프를 사용하지 않은 맥주와 효모·물·맥아만으로 만든 에일이 더 대중적이었다고 한다.

한국에서 맥주가 처음 생산된 것은 1933년 일본의 대일본맥주(주)가 조선맥주(하이트맥주 전신)를, 기린맥주(주)가 소화기린맥주(오비맥주 전신)를 설립하면서부터다.

미국에서 맥주가 전파, 발전하는 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금주법’이었다. 이 법으로 인해 주정의 공급이 부족해지자 사람들은 저도주인 맥주를 마시게 됐다고 한다.

맥주는 알코올 도수가 낮아 안전한 음료로 알려져 있으나 안전성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미국에서 최근 이슈화된 ‘농약맥주’ 사태는 2016년 독일 맥주에서 글리포세이트가 검출되면서부터 예견됐다. 글리포세이트는 1974년 몬산토가 개발한 제초제 라운드업(Roundup)의 주요 살충성분인데, 이 세상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농약이다. 2015년 국제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가 글리포세이트를 2군 발암물질(Group 2A) 즉, 인체발암추정물질로 발표하면서부터 안전성 논란이 불붙기 시작했다.

맥주의 맥아와 호프 재배 시 글리포세이트를 살충제 원료로 사용하고 있긴 하지만 현실적으로 시판 중인 맥주의 글리포세이트 검출 수치는 관리기준치 이내 워낙 미미한 양이라 사람에게 해를 끼치지는 않는다.

또한 맥주는 원료보리에 퓨린이 많고, 이것이 요산으로 이어져 통풍의 원인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소비자들이 먹을까 말까 걱정하기도 하는데, 맥주는 하루에 한 두 캔 정도 즐긴다면 건강 문제를 걱정할 필요까지는 없다고 생각한다.

중앙대학교 식품공학부 교수(식품안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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