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酒) 이야기①:소주-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204)
술(酒) 이야기①:소주-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204)
  • 하상도 교수
  • 승인 2020.04.13 01: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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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 시대엔 귀한 약용…대량 주조-대량 소비 100년도 안 돼

코로나19 사태로 소비가 침체돼 있지만 술, 라면, 건강식품이 특수아이템으로 꼽히고 있다. 우선 최근 주류 소비가 부쩍 늘었다. 회식이 줄어든 대신 집에서 ‘혼술’을 즐기는 소비자가 증가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실제로 CU의 올 3월 주류 매출은 지난해 3월 대비 약 20% 증가했다고 한다. 와인(39.2%)과 양주(26.5%), 막걸리(21.1%)가 가장 많이 늘었고, 소주(17.3%)와 맥주(10.4%)도 모두 두 자릿수 이상의 신장률을 보였다. GS25도 3월 한 달 간 전년 동기 대비 소주는 23%, 맥주는 11.6% 매출이 증가했고 세븐일레븐도 와인(20.6%)과 소주(18.4%) 매출 신장률이 특히 높았다고 한다.

△하상도 교수
△하상도 교수

한국의 술 문화는 역사가 매우 깊다. 삼한시대 무렵으로 추측할 수 있으나 본격적으로는 삼국시대 후기부터 누룩을 사용한 술이 시작되었다고 한다. 중국에서 처음 술을 빚기 시작한 시기는 지금으로부터 약 8천 년 전인 황하문명 때부터인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의 전통술은 크게 탁주, 약주, 청주, 소주, 가향주로 나눈다. 고려시대에는 송나라, 원나라의 양조법이 도입돼 보리와 쌀을 이용했으며 술의 종류도 다양해지기 시작했다. 특히 고려 후기에 들어서는 증류주 문화가 유입돼 주곡뿐만 아니라 수수, 조 등을 이용한 술이 개발되기에 이르렀다.

우리나라 「주세법」에 따르면 알코올이 1% 이상 함유된 음료를 술(酒)로 정의하는데, 제조방법에 따라 발효주(양조주), 증류주, 혼성주로 나누는데, 전통적으로 우리나라의 소주는 정추를 증류한 전통식(증류식) 소주였다. 그러나 6·25전쟁 후, 식량난으로 정부가 양곡 소비에 규제를 가해 대부분 희석식 소주로 대체되었다. 희석식 소주는 95% 발효주정에 물을 타서 농도를 17~25% 사이로 조정한 후 감미료를 넣어 만든다.

포도주, 맥주, 막걸리, 약주, 청주 등 발효주는 당 함량이 높은 과즙과 곡류를 원료로 하여 당화과정을 거쳐 효모로 발효한다. 인류가 가장 늦게 만들기 시작한 증류주는 발효된 술 또는 술덧을 증류공정을 통해 분리·정제하여 얻는 만큼 높은 알코올 함량이 특징으로, 증류와 숙성과정에서 포집 또는 생성되는 향기성분이 그 품질을 결정한다. 여기에는 소주, 꼬냑, 브랜디, 위스키, 보드카, 럼, 데킬라 등이 있다.

소주(燒酒)는 발효원액을 증류해 얻는데, 중국 원나라 때 처음 생산되었다고 한다. 소주가 우리나라에 전해진 것은 징기스칸의 손자인 쿠빌라이가 일본 원정을 목적으로 한반도에 진출한 후로, 개성, 안동, 제주도 등지에서 많이 빚어지기 시작했다. 고려시대 소주는 약용으로 음용되다가 조선시대에 이르러서야 일반인들이 술로 마시게 되었다고 한다. 조선시대에 활짝 꽃피웠던 우리 술 문화는 일제 침략 전까지는 절정기를 이루었다.

일제강점기 주류 제조업은 근대적인 양조산업으로 발전하기 시작했으나 착취 수단으로 동원됐다. 1916년 「주세령」 시행에 따라 집계된 그 해 생산액으로 보면 조선탁주 75%, 소주 14%, 청주 5%, 약주 4% 등의 비율로 생산되었다고 한다. 특히 1920년대에는 증류기계식 소주 제조시설이 도입되어 근대산업으로의 전환을 위한 기반이 구축되었다. 우리나라 최초의 희석식 소주는 1924년 출시된 진로소주로 35%였다. 1935년 당시 조선주조협회에 등록된 181명의 한인 주조업자가 중 119명이 소주 제조업자였다고 한다.

1948년 수립된 대한민국 정부는 양곡 확보를 위해 주류 억제정책을 시행했는데, 재래주(탁주, 약주) 75만 석, 소주 5만 석 수준의 생산 권고치가 제시되었다. 1950년대 초반 6·25전쟁 중에는 술이 귀해 없어서 못 팔정도로 공급이 달렸다. 양조공장이 전쟁으로 큰 피해를 입었고, 식량마저 부족한 상태라 주류 생산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1953년 휴전 이후 양조공장이 안정되면서 소주의 공급과 수요가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1991년 7월 1일부터 「주세법」 이 개정되면서 그간 증류식 소주에 주정 원료로 사용이 금지되었던 쌀과 보리가 허용돼 다양한 풍미의 혼합식 소주들이 다시 출시되기 시작했다. 1994년부터는 천연감미료를 사용 한 소주들이 시중에 나오기 시작했고, 이후 올리고당, 벌꿀까지 사용하며 다양한 희석식뿐만 아니라 증류식 소주까지 등장해 고급소주의 장이 열리기 시작했다. 2000년대에 접어들어서는 저도수 소주의 붐이 일어 알코올 함량이 낮은 소주가 유행을 타고 있다.

모든 식품이 그러하듯 술 역시 좋은 면과 발암물질 등 독성을 모두 갖고 있다. 술은 이왕 인류의 역사와 함께 했고 허가받은 식품이니 좋은 면을 더 크게 보고 적당 량 조절하며 즐기는 지혜가 필요하다. 안전한 음주량은 하루에 순수 알코올 35g 정도로 소주로 환산하면 3잔 정도라고 하니 술자리에서 소주 반병 정도 즐기면 좋을 것 같다.

중앙대학교 식품공학부 교수(식품안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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