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유래 보존료 프로피온산 제도 개선에 대한 생각-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206)
천연유래 보존료 프로피온산 제도 개선에 대한 생각-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206)
  • 하상도 교수
  • 승인 2020.04.27 01: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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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효 식품서 자주 발생하는 안전한 성분…전통식품 애로 해소

식약처는 업계의 이 같은 부담을 해소하기 위해 ‘식품첨가물의 기준 및 규격’ 고시 개정안(공고 제2020-157호)을 2020년 4월 14일 행정 예고했다. 이제부터는 프로피온산이 보존효과를 전혀 나타내지 않는 수준인 ‘0.10 g/kg (100 ppm) 이하’에 대해서는 조건 없이 천연유래로 인정된다. 단 동물성 원료는 부패·변질 과정에서 프로피온산이 자연적으로 생성될 수 있어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식약처는 지난 2018년 6월 15일애 ‘천연유래 식품첨가물 판정에 대한 근거 규정’을 신설해 식품원료 또는 발효 등 제조공정에서 자연적으로 유래될 수 있는 프로피온산, 안식향산 등 식품첨가물 성분이 제품에서 검출될 경우 ‘천연유래 식품첨가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했었다. 그러나 영업자 스스로 천연유래임을 입증해야 했었기 때문에 조사・연구 등에 시간과 비용이 발생했었다. 식약처의 이번 조치는 업계의 부담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다.

△하상도 교수
△하상도 교수

지난 2017년 10월 한 수산물조합이 10년이나 지난 굴비와 이를 원료로 사용해 절인 ‘마늘고추장굴비’에서 프로피온산이 각각 175, 54 ppm 검출된 사건이 있었다. 허가되지 않은 보존료가 검출돼 해당 식품은 판매가 중단됐으나 프로피온산은 고의로 넣은 것이 아닌 미생물 발효에 의한 천연 유래였었다. 한 홍삼음료의 경우도 원료인 어린잎 발효추출액 등에서 천연 유래된 프로피온산이 74 ppm 검출돼 처벌된 적도 있었다. 2017년엔 소 내장에서 프로피온산이 천연 유래로 검출된 사건도 있었고 2019년엔 떡볶이 떡에서도 사용해서는 안 되는 보존료 프로피온산이 검출돼 기준규격 위반으로 처분 받았다가 다시 천연유래로 인정된 사례도 있었다.

‘식품첨가물공전 및 식품 등의 표시기준’에 따르면 프로피온산은 빵류(2.5 g/kg, 2,500 ppm), 자연치즈 및 가공치즈(3.0 g/kg, 3,000 ppm), 잼류(1.0 g/kg, 1,000 ppm) 등에서만 사용이 허용되고 그 명칭과 용도를 반드시 표시해야 한다. 그러나 의도적으로 첨가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프로피온산이 다양한 식품에서 천연유래로 검출되는 상황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 특히 발효식품에서 자주 발생해 많은 전통식품 영업자들이 피해를 봐 왔었다. 물론 발효식품이 아니더라도 상온보관 식품이나 유통기한이 임박한 경우 프로피온산 생성 미생물이 증식하기 때문에 프로피온산이 검출될 수도 있다.

프로피온산이 생성되는 원리는 다양하나 식품에서는 대부분 미생물 유래로 발생한다. 발효 시 보관 온도가 높고 시간이 오래될수록 미생물이 많이 자라 연한이 오래된 보리굴비나 발효식품일수록 더 많은 양의 천연유래 프로피온산이 생성된다. 묵은지, 숙성간장, 짱아찌 등은 묵은 맛과 희소성이 가치(價値)와 가격(價格)에 직결되므로 사업자들은 하루라도 더 묵혀 팔고 싶어 한다. 음식은 발효 시간이 길어질수록 맛과 향이 깊어지나 동시에 프로피온산이나 다른 독성물질들이 생성되기 때문에 사업자들은 ‘품질(品質)’과 ‘안전(安全)’ 사이에서 고민을 할 수밖에 없다.

식품첨가물 중 ‘보존료(保存料)’는 미생물을 살균 또는 발육을 억제시키므로 생체독성이 커 사용할 수 있는 대상 식품과 사용량이 엄격히 규제되고 있다. 즉, 보존료는 모든 식품에 첨가되는 것이 허용되는 게 아니라 심각한 미생물 위해가 발생하기 쉬운 햄이나 소시지 등 육류식품과 빵류 등 가공식품의 안전성 확보와 유통기한 연장을 위해 첨가되고 있다.

허용된 보존료로는 소르빈산, 안식향산, 파라히드록시벤조산에스테르류(일명 파라벤), 프로피온산 등이 있는데, 이들은 의도적으로 첨가하지 않았더라도 과일 등 식물성 원료에 천연적으로 함유돼 있거나, 발효과정 중 미생물에 의해 생성되는 경우가 많다. 이 중 특히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프로피온산은 식물계에 자연스레 널리 분포하고 있으며 다양한 미생물의 대사산물로 발효식품에서 다량 생성된다. 그러나 다행히도 프로피온산은 일일섭취허용량(ADI)도 설정돼 있지 않고 미국의 GRAS(일반적으로 안전하다고 인정된 목록) 첨가물이라 매우 안전하다.

이에 식약처에서도 “프로피온산을 자연 상태의 식품원료에 원래부터 미량 존재하고 식품의 제조과정 중 언제든 생성될 수 있으며, 국제적으로 인정된 안전한 성분”으로 판단해 규제를 완화했다. 다만, 동물성 식품원료 중에도 내장 등 부패나 변질되지 않은 신선한 원재료라도 천연 유래 프로피온산이 검출될 수 있는 것이 많아 단서조항이 아쉽기는 하다. 그렇지만 금번 「식품첨가물의 기준 및 규격」 일부 개정고시(2020. 4. 14)는 보존의 효과가 없으며 인체 안전성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미량의 프로피온산이 검출되었을 경우에 영업자가 천연 유래임을 입증하지 않아도 되도록 한 정부의 대표 규제 개선 사례라 생각한다.

중앙대학교 식품공학부 교수(식품안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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