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新)식품의 등장과 식품시장의 변화①:배양육(培養肉)-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243)
신(新)식품의 등장과 식품시장의 변화①:배양육(培養肉)-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243)
  • 하상도 교수
  • 승인 2021.02.15 0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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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 시대 대체식품 대세…영양·안전
싱가포르 작년 배양육 첫 승인…R&D 서둘러야

2020년 11월 26일 도살(屠殺)하지 않고 가축의 근육(筋肉) 세포를 배양해 만든 배양육이 세계에서 처음으로 싱가포르 정부의 식품 승인을 받았다. 2013년 네덜란드 마스트리흐트대의 마크 포스트 교수가 처음으로 배양육 햄버거를 선보인 지 7년 만에 신식품으로 정식 인정받게 됐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배양육 개발업체 잇저스트(Eat Just)가 개발한 배양육 닭고기 치킨 너겟과 함께 싱가포르 현지 업체 시오크미트(Shiok Meats)의 배양육 새우 제품, 앤츠이노베이트(Ants Innovate)의 배양육 스낵도 식품 판매허가를 동시에 받았다고 한다.

△하상도 교수
△하상도 교수

美 잇저스트는 2011년 ‘식물성 계란’ 개발 업체로 출발해 2016년 10억 달러 가치의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한 뒤, 2017년부터 배양육 치킨 개발에 나서고 있다. 잇저스트는 현재 일본의 쇠고기 와규도 배양육으로 개발하는 중이라 한다. 대체육 시장은 향후 10년 내 세계 육류산업의 10%인 1,400억 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싱가포르 당국은 안전성 및 품질 검증을 통해 배양육 닭고기가 기존 사육 닭고기보다 미생물 오염이 더 적고 청정하다고 한다. 배양육은 실제 가축의 근육에서 줄기세포를 추출한 뒤 이를 배양액이 담긴 생물반응기에 넣어 만든다. 세포 성장에 필요한 영양 공급 배양액으로 주로 소 태아의 혈청을 쓰는데, 시판단계에서는 새로 개발한 식물성 배양액을 쓸 예정이라고 한다. 배양육 치킨이 실제 치킨에 비해 오히려 단백질과 불포화 지방산, 미네랄이 더 풍부하고 아미노산 구성도 다양했다고 한다. 다만 파운드(453g) 당 수백 달러(수십만 원)대로 단가가 비싼 게 흠이다. 당분간은 시판제품에 식물성 단백질을 혼합해 가격을 낮출 것이라 하나 앞으로는 생상공정 개선으로 10 달러 이하로도 충분히 낮출 수 있다고 한다.

미래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는 다양한 대체식품이 대세가 될 것이다. 단순히 기존 먹거리의 대체(代替)에 그치는 게 아니라 환경 보존, 동물복지, 지속 가능한 개발 등을 동시에 얻을 수 있는 일석이조라는 점이 대체식품의 성공요인이다. 대체육 시장이 이렇게 급성장하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육류가 몸에 나쁘다는 인식의 확산과 연이은 코로나, 아프리카돼지열병, 조류인플루엔자(AI), 구제역, 광우병 등으로 인한 고기에 대한 불신이 주원인이라고 본다.

가축을 키우는 축산(畜産)업은 항생제 남용, 전염병 확산 등 다양한 환경·보건 문제를 야기하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최근 기후 온난화의 주요 원흉으로 고기 생산이 지목받고 있고 이산화탄소 발생과 가축 배설물 처리 등 환경운동가들의 눈엣가시가 되고 있다. 축산업이 배출하는 온실가스의 양은 지구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14%에 육박하고, 전 세계 15억 마리의 소가 배출하는 메탄가스는 연간 1억 톤이나 된다고 한다. 동물을 키워 단백질을 얻는 데는 식물에 비해 물이 4~25배 더 필요하고, 화석연료가 6~20배 더 들기 때문에 대체육(代替肉) 시장이 환경보호 측면에서 각광 받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지난 2015년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에서 소시지, 햄, 핫도그 등 가공육을 담배나 석면처럼 위험한 1군 발암물질로 분류하고 “붉은 고기의 섭취가 암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를 내리는 바람에 시장에서 위기를 맞고 있다.

사실 환경 부담이 적으면서도 단백질 생산량이 높은 압도적 가성비 갑 육류 1위는 ‘곤충 단백질’인데, 가장 환경 친화적이라는 이야기다. 그 다음이 닭고기, 식물성 단백질 순이며, 젖소가 가장 나쁘다고 한다. 우유를 만들기 위해 어미 소는 끊임없는 인공수정으로 새끼를 임신하고 착유하는 과정을 평생 반복해야 하는데 이런 동물 윤리문제 또한 해결할 수 있는 ‘대체 유(代替乳)’에 대한 니즈와 시도가 줄을 잇고 있다. 최근 콩, 아몬드, 코코넛, 쌀 등으로 만든 ‘식물성 milk’가 두 자릿수 고성장을 보이는 반면 소가 만든 ‘우유(cow milk)’의 소비는 점점 줄어들어 장기 침체기에 빠졌다. 미국 스타트업 퍼펙트데이는 실험실에서 새로운 ‘애니멀프리’ 우유를 만들어냈다. 효모세포를 이용한 것인데, 일반 낙농업에 비해 에너지 소비를 65% 줄이고, 온실가스 배출량도 84% 감소시키는 획기적 기술로 평가받고 있다.

많은 국내외 식품업계의 올해 R&D 방향이 식물성, 채식문화를 전파하는 비거니즘(Veganism)에 맞춰져 있다고 한다. 4차 산업혁명과 기후변화에 대한 불안감, 지구를 살리자는 환경운동이 때를 만나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신식품의 혁명이다. 그러나 규제(規制)가 걸림돌이 돼서는 안 되겠다. 과거에 집착해 전통만을 고수하고, 지금까지 먹어 왔던 음식에만 갖혀 있다면 모처럼 때를 만난 글로벌 식품산업의 기회에 찬물을 끼얹는 꼴이 될 것이다. 기업도 정부도 아무도 막을 수 없는 배양육을 필두로 한 ‘대체육’, ‘대체음식’의 거센 파도에 서둘러 올라타야 한다.

중앙대학교 식품공학부 교수(식품안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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