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의 표시와 광고에 대한 소비자들의 생각-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244)
식품의 표시와 광고에 대한 소비자들의 생각-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244)
  • 하상도 교수
  • 승인 2021.02.22 0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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족집게 정보 쉬운 전달 원해…과대 광고 실증제로 걸러야

요즘 소비자들이 많이 달라졌다. 식품을 구매할 때 대부분 ‘표시(Food Label)’를 확인한다고 한다. 식품의 표시는 소비자에게 포장지 내 내용물을 확인시켜주는 공급자의 약속이다. 식품에는 제품명, 식품의 유형, 업체명 및 소재지, 유통기한, 내용량, 원재료명, 성분 및 함량, 영양성분 등이 표시된다. 그런데 소비자들은 너무 깨알처럼 많은 글씨가 쓰여 있어 눈에 들어오지도 않을뿐더러 자세히 읽어봐도 무슨 말이지 모르는 내용 투성이라고 불만이다. 게다가 식품 ‘광고’는 좋은 것만 써놔 믿음이 안 간다고 난리다. 시행 2년차에 접어든 현 시점에서 「식품표시광고법」의 시장에서의 반응과 소비자들의 혜택 등을 생각해 보자.

△하상도 교수
△하상도 교수

식품(食品)은 전 세계적으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산업이다. 특히 코로나 이후 산업 환경이 급변하고 있는데, 장기보존 가공식품에 대한 선호가 높아지고 있고 온택트 소비도 증가 추세다. 소비자는 생활수준 향상으로 ‘안전(安全)’을 넘어 ‘안심(安心)’ 식품까지 찾고 있고, 식품안전에 대한 국가책임뿐 아니라 제조자의 무한책임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 정부는 이런 소비자 불만을 해소하고, 유럽연합(EU), 일본 등 글로벌 트랜드에 따라 식품표시와 광고 관련 규정들을 통합해 2018년 3월 13일 제정하고 2019년 3월 14일부터 「식품 등의 표시․광고에 관한 법률(식품표시광고법)」을 시행하고 있다. 개별법과 고시에 산재되어 있는 식품표시 규정을 통합한 우리 식약처의 조치는 매우 시의적절했다고 생각한다. 이 법의 주요 내용은 분산된 표시·광고 규정 통합, 거짓·과장 등 금지하는 표시·광고 기준 정립, 표시·광고 사전심의 제도를 자율심의 제도로 전환, 표시·광고 내용 실증제 도입, 소비자 교육·홍보 의무화 등이다.

식품의 ‘표시’는 일일이 검사하며 구매할 수 없는 소비자가 제품을 간접적으로 파악하게 하는 객관적 수단이다. 그래서 공급자는 정직하게 표시해야 하고 소비자는 이를 감시하는 정부를 믿고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그러나 너무나 많고 다양한 정보를 제품마다 다 써 주는 걸 소비자들이 원할까? 소비자의 알권리가 중요하긴 하지만 지나치게 많은 정보를 주는 것은 오히려 노이즈일 수 있다. 의약품에 들어 있는 긴 설명서를 거의 대부분의 소비자가 읽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다. 실제 소비자들은 바쁜 쇼핑시간에 한 눈에 바로 제품을 파악할 수 있을 정도로 꼭 필요한 내용만 족집게처럼 쉽게 표시해 주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반면 ‘광고’는 주관적이다. 같은 광고를 보면서도 파는 사람의 의도와 물건을 사는 소비자가 받아들이는 생각이 다르고 소비자끼리도 다르다. 광고는 사람 간 차이도 있지만 같은 사람이라도 시시각각 기분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이는 생물이기 때문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시장에선 제품마다 과대광고, 허위광고가 쏟아진다.

식품 및 건강기능식품의 표시․광고는 헌법 제21조 제1항이 보장하는 언론․출판의 자유의 보호 대상이라 이를 사전에 심의하는 것은 사전검열에 해당하여 위헌이 될 소지가 크다고 한다. 이에 정부가 사전심의 규정을 삭제하고 자율심의제도로 전환한 것은 시장 경제의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다만, 자율은 자율이다. 자율심의제도를 자가품질검사 제도처럼 정부에서 사후라도 보고를 받거나 책임을 부여해서는 안 될 것이다. 대신 부적절한 표시·광고의 유형을 법률에서 명확히 구분하고 하위법령에서 세부내용과 범위를 정하도록 해 표시와 광고의 법 위반 여부에 대한 사전예측이 가능토록 한 조치는 적절하다고 본다.

그리고 표시·광고 내용의 ‘실증제 도입’도 중요한데, TV나 언론에서 근거 없이 또는 근거가 있다 하더라도 과장되게 확대 해석해 사리사욕에 기반 한 엉터리 과대광고를 일삼고 소비자를 오해시키는 사람들은 반드시 말과 글에 책임을 묻고 처벌해야 한다. 그리고 다양한 정보의 홍수 속에서도 무한 신뢰받는 균형된 식품정보가 반드시 제공돼야 한다. 정부, 학계, 소비자단체가 힘을 합쳐 노력해야 하며, 우리 소비자들도 식품정보를 접했을 때 읽고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중앙대학교 식품공학부 교수(식품안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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