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식품 기능성 표시제도 시행에 대한 기대와 우려-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240)
일반식품 기능성 표시제도 시행에 대한 기대와 우려-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240)
  • 하상도 교수
  • 승인 2021.01.18 0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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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클레이머 등 미비점 불구 식품 산업에 활력소

식약처가 작년 12월 31일 '부당한 표시 또는 광고로 보지 아니하는 식품 등의 기능성 표시 또는 광고에 관한 규정' 고시(안)을 행정예고 하면서 일반식품의 기능성 표시에 대한 길이 열렸다. 그러나 어린이, 환자 등 민감 계층이나 주류, 당·나트륨이 많이 든 식품은 제외됐다. 일반식품에 기능성을 표시할 수 있는 원료 또는 성분은 폴리감마글루탐산, 홍국, 프로바이오틱스, 알로에 겔 등 29종이다. 업계에서는 풀무원이 가장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데, 국내 최초 기능성 표시 일반식품 1호 제품으로 두부에 기능성 원료를 더한 ‘PGA플러스 칼슘연두부’, 2호 제품으로 ‘발효홍국나또’ 제품을 등록하고 올 1월부터 출시했다.

△하상도 교수
△하상도 교수

이 고시(안)의 이해당사자인 일반식품 업계는 환영 반, 섭섭함 반 좀 미지근한 반응이다. 고시(안) 6조 ‘기능성 표시 또는 광고의 방법’에서 “본 제품은 (식약처가 인증한) 건강기능식품이 아닙니다.”라는 문구를 주 표시면에 표시하는 내용에 불만인 것 같다. 그리고 고시(안) 3조 적용범위 중 ‘별표 1 영양성분 함량기준’에 적합하지 않은 식품은 기능성 표시를 못하도록 됐는데 이 기준이 너무 높다고 한다. 이 외에 “기능성을 나타내는 원재료 또는 성분함량은 별표 제2호에 따른 1일 섭취량 기준의 30%를 충족할 수 있어야 한다.”는 내용에도 당혹해 하고 있다. 아마도 기능성을 담보하기 위한 최소한의 함량 표시가 필요해 1일 섭취량이 포함된 것으로 생각된다.

식약처는 일반식품 중 가공식품에만, 그것도 기능성 원료로 인정된 것만 정해진 양 사용해야 기능성을 표시할 수 있는 보수적인 제도를 만들었다. 고육지책(苦肉之策)을 쓸 수밖에 없는 정부도 이해가 된다. 모든 이해당사자들을 만족시키는 제도는 이 세상 어디에도 없기 때문이다. 식품업계는 일단 제도 자체가 도입되면 추후 개선해 나가는 것이 쉽기 때문에 긍정적으로 반응하는 것 같다. 반면 일본처럼 생산자들의 농가 소득을 위해 농축산물 등 식품원재료에도 기능성표시를 원했던 농식품부는 이번 식약처의 조치가 서운할 것이다.

일본은 1991년부터 ‘특정보건용식품’을 허용했고, 우리나라는 2002년 「건강기능식품에관한법률」을 제정해 2004년부터 시행하고 있다. 2016년 4월 일본에서는 일반식품에도 기능성과 안전성을 입증하면 건강효과를 표기할 수 있는 자율적 ‘기능성표시 식품제도’가 시행됐다. 인증 표시의 주체가 국가가 아닌 사업자 자율이라는 것이다. 시행 즉시 건강보충영양제 135개, 가공식품 144개, 신선식품 3개 등 282개 품목이 출시되며 건강효과 표기로 일반식품의 판매가 눈에 띄게 증가했다고 한다. 일본에서의 기능성표시 식품은 영양제가 49.2%, 기타 가공식품이 42.6%, 신선식품이 8.2%를 차지하며, 과자, 음료 등 일반식품으로까지 그 범위가 점차 확대되는 추세라 한다. 특히, 요구르트와 차(茶), 과채주스 등 음료류가 크게 성공했다고 한다.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는 ‘건강 강조표시(Health claim)’를 “식품 또는 그 구성성분과 건강에 관련된 기능성의 관계를 진술, 제안 또는 암시하는 모든 표현”으로 정의하면서 ‘영양소 기능 표시’, ‘질병 발생 위험 감소 표시’, ‘기타 기능 표시’ 등 3가지로 분류한다.

국내에서 이미 시판되고 있었던 유용성 표시의 대표적 일반식품인 위건강, 장건강, 숙취해소 제품은 한시적으로 인정되고 중장기적으로 검증하는 방향으로 해결한 것으로 보인다. 제형에 관한 부분은 식품업계와 건강기능식품업계를 적절히 배려한 것 같다. 정제, 캡슐, 스틱 또는 포 형태의 과립 분말과 인삼․홍삼 기능성을 함유한 100 ml 이하 파우치 형태의 일반식품은 기능성 표시 적용이 안 되기 때문이다.

주 표시면의 디스클레이머 표시는 주 표시면 표시사항의 형평성, 식품산업 진흥을 위한 일반식품 기능성 표시제도 도입의 취지 등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된다. 약국에서 판매하고 있는 건강기능식품은 그 어디에도 “본 제품은 (식약처가 인증한) 의약품이 아닙니다.”라는 문구를 표시하지 않는다. 물론 의약품이 아니라는 표현을 법적으로 쓰긴 해야 하나 소비자들이 아무도 보지도 않는 제품설명서에 쓸 수 있게 해 놨다. 건강기능식품은 의약품과 일반식품의 중간 위치라 봐야하므로 건강기능식품에는 주표시면 디스클레이머 표시가 없는 반면 일반식품에만 표시하는 것은 차별이라 생각된다. 주 표시면에 붙는 ‘건강기능식품 마크’로도 충분히 구분이 된다고 본다.

사실 일반식품의 기능성 표시는 일본 사례처럼 기업이 자율적으로 증명하고 책임도 지도록 해야 한다. 건강기능식품도 효과 입증이 어려운데, 정부에서 일반식품의 기능성까지 인정한다는 점은 앞으로 시장에서의 소비자 클레임, 집단소송 등 책임·보상의 대상이 기업이 아닌 정부가 될 수 있다는 문제점을 갖고 있다. 일반식품의 기능성 표시 수준은 소비자의 수용도 등 시장에서 정하도록 해야 자연스럽다. 오히려 기업 자율에 맡기다보면 기업이 전적으로 책임져야 해 눈치를 보게 돼 표시나 광고 수준이 지금보다 더 약화될 가능성도 크다고 본다.

그러나 모든 제도가 마찬가지인데, 금번 일반식품 기능성 표시제도도 산업과 사회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이 크다고 본다. 가정간편식(HMR) 시장 외 전체적으로 성장이 둔화되고 있는 우리 식품산업에 돌파구가 될 수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는 소비자에게도 이익이다. 알권리 뿐 아니라 상대적으로 고가(高價)인 건강기능식품을 대체해 저렴하게 식도락을 즐기면서 건강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인체 효능도 없는 미미한 양의 유효성분을 갖고 있는 일반식품에 기능성이 표시되거나 선의의 ‘과대광고 및 표시위반 범법자’ 양산을 방지하는 제도적 장치도 필요하다. 특히 생산ˑ판매자와 쇼 닥터가 주로 하는 방송, 홈쇼핑 등에서의 일반식품 기능성에 대한 ‘허위, 과대 광고성 멘트’ 에 대한 처벌 등 규제 장치 마련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본다.

중앙대학교 식품공학부 교수(식품안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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