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볶이 생계형 적합업종 재지정 '간편식 허용' 부분 두고 난항
떡볶이 생계형 적합업종 재지정 '간편식 허용' 부분 두고 난항
  • 이재현 기자
  • 승인 2021.03.22 02: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업계 식자재용 떡볶이떡 매출 감소 간편식 출시로 극복…대기업 진입 반대
집콕 소비 타고 매출 성장…중소업체, 간편식 포함 진출 제한 주장
대기업 “국내 시장서 제품력 검증받아야 글로벌 경쟁서 유리” 반박

‘떡국떡·떡볶이떡’에 대한 생계형 적합업종 재지정 문제를 놓고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첨예한 의견대립으로 난항을 겪고 있다.

한류를 타고 전 세계적으로 떡볶이 열풍이 불고 있는 해외시장에서 글로벌 기업과의 경쟁우위 선점을 위해선 국내 시장에서 제품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대기업과 결국 내수시장까지 대기업이 독식하려는 행위라는 중소업체들의 입장이 한치의 양보없이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쟁점은 ‘간편식’ 포함 여부다. 이에 앞서 생계형 적합업종 품목으로 지정된 면류 제조업의 경우 소스 등이 동봉된 가정간편식은 예외를 둬 CJ제일제당 ‘동치미 냉면’, 농심 ‘둥지냉면’ 등은 제한을 받지 않게 됐다. 떡볶이 중소제조업체는 이 부분까지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는 코로나19 여파로 집콕 소비 트렌드에 따라 간편식 떡볶이의 매출이 눈부신 성장을 거두고 있기 때문이다.

△마켓컬리가 올해 1월부터 3월 17일까지 떡볶이 판매량을 분석한 후 최근 3년 동기간 판매량을 비교한 결과 연평균 430%씩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마켓컬리가 판매하는 떡볶이 상품 수도 2018년 15개 수준에서 현재는 40개가 넘을 정도로 종류가 다양해졌다.(제공=마켓컬리)
△마켓컬리가 올해 1월부터 3월 17일까지 떡볶이 판매량을 분석한 후 최근 3년 동기간 판매량을 비교한 결과 연평균 430%씩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마켓컬리가 판매하는 떡볶이 상품 수도 2018년 15개 수준에서 현재는 40개가 넘을 정도로 종류가 다양해졌다.(제공=마켓컬리)

식품산업통계정보시스템 POS소매점 매출액 데이터 기준에 따르면 간편식 떡볶이는 대형할인점뿐 아니라 온라인 스토어 등 비대면 채널을 통한 구매가 증가하며 시장규모가 2013년 129억 원대 이던 것에서 2019년 1083억 원대로 성장했다. 올해는 1500억 원 이상 증가할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이와 관련 지난 12일 동반위에서는 ‘떡국떡·떡볶이떡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 관련 대기업과 지정 추천단체인 쌀가공식품협회간 간담회가 열렸다.


대기업 “국내 영역 다툼 아닌 시장 키워 해외 공략 발판 삼기”
중소업체 “대기업 없어도 산업 활성화…내수 장악 의도로 보여”


쌀가공식품협회 관계자는 “학교급식, 재래시장 등 식자재로 납품하는 소재용 떡볶이떡은 30% 이상 매출이 급감하며 떡볶이 제조 중소업체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지만 이들 역시 최근 소스 전문업체와 협업해 떡볶이 간편식 제품을 출시하는 등 소재용 떡의 매출 감소를 상쇄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대기업의 가정간편식 시장 진입이 허용된다면 소규모 업체들의 생계형 적합업종에 있어 보호와 육성이 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A사 대기업 관계자는 “떡볶이는 국내 시장에서의 영역 다툼이 아닌 글로벌 시장 진출을 통한 산업 발전이 더 시급하다.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시장을 뺏는 것이 아니라 시장을 키운다는 의미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 시에도 수출은 허용된다는 지적에 대해 그는 “수출이라는 것이 기본적으로 국내 시장을 형성해야 가능하다. 시장에 베이스가 없는데 수출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현지시장에 맞도록 적합하게 변경해야 하며, 안정화돼 있는 상태에서 진행을 해야 한다. 국내 시장을 장악하려는 것이 아니라 시장에서의 제품 검증을 받겠다는 것이다. 특히 대기업 대부분은 협력사와의 관계도 있어 내수시장 집중은 쉽지 않다”고 주장했다.

협회 관계자는 “대기업의 주장은 중소업체들의 입장은 이해하지 않는데서 오류가 발생한다. 시장 크기를 봤을 때 대기업이 시장의 1을 가져가는 것은 중소업체 입장에서는 100을 뺏기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원활한 수출을 하기 위해 소비자 반응 등을 살피는 국내 진입이 필요하다고 그럴 듯하게 주장하지만 중소업체 입장에서는 내수도 대기업이 진출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영세한 업체들은 기술력도 없고, 위생에 문제가 있어 제품 개발은 대기업이 하는 것이 맞다는 논리를 펼치고 있는데, 그렇다면 중소기업적합업종 6년 기간 동안 시장이 줄었는가? 정부가 우려하는 국산쌀이 줄었는가? 대기업들이 독자적 기술력을 보유한 새로운 제품이 출시됐는가? 국내 떡볶이산업 활성화 측면에서 대기업의 역할은 크게 없었다”며 “결국 시장이 커지니 진출하겠다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B사 대기업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에선 주도권에 대한 경쟁이 치열한데, 과연 그것이 내수시장에서의 검증도 없이 가능하냐는 애로사항은 분명 존재한다. 대기업들이 간편식 떡볶이 시장을 장악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시장을 이끌어간다는 의미로 이해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특히 OEM 제품 수출 시 곰팡이 관련 문제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실제 철수 문제가 제기되는 경우도 있다. 그러한 문제점을 무마하기 위해 또 다른 프로모션을 글로벌 유통사와 체결을 하며 현재 지키고 있는 시장이다. 품질 문제 부분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온라인서 수익 내는 업체, 보호 안 해도 자립력 있잖나 

VS

법 취지 모르는 소리…안전장치 없으면 시장 잠식 우려

협회 관계자는 “떡볶이는 HACCP 의무품목이다. 작년 12월 1일까지 인증을 받지 않으면 생산 및 판매를 할 수가 없으나 코로나19로 인해 올해 11월 말까지 1년 유예를 줬을 뿐이다. 국가가 식품안전을 위해 HACCP을 도입했는데, HACCP 제품에서 품질에 문제가 발생했다면 HACCP제도가 문제가 있다는 것인가?”라며 “대기업 주장대로 품질 문제가 지속적으로 발생했다면 수출물량이 감소하는 것이 일반적 상식인데 오히려 떡볶이 수출은 매년 40~50% 성장하고 있으며, 그 중심에 중소기업 역할이 크다고 본다. 생계형 적합업종에서 수출은 허용하고 있으니 내수 테스트가 필요하다면 현재처럼 OEM사하고 내수 테스트를 하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B사 대기업 관계자는 “해외에서 떡은 ‘ricecake’가 아닌 스파게티와 같은 ‘noodle’로 본다. 실제 가공기술도 기존의 떡을 만드는 증자 방식에서는 수증기가 가득차 미생물이 증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어서 면 제조방식의 기술과 설비를 통해 곰팡이를 원천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기술들을 개발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C사 대기업 관계자는 “현재 소상공인들도 온라인에서 떡볶이 HMR 제품을 생산·판매하며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고 했는데, 이런 상황에 대기업들이 진출한다고 해도 자립할 수 있는 힘이 있는 업체들은 보호해주지 않아도 스스로 역량이 있을 것”이라고 의견을 제시했다.

협회 관계자는 “잘하는 업체는 보호하지 않아도 된다는 논리 자체가 생계형 적합업종에 대한 취지와 목적을 모르고 하는 소리”라며 “잘하는 업체뿐 아니라 부족한 업체를 보호해 육성될 수 있도록 영역을 만들어 주는 것이 생계형 적합업종의 목적과 취지임을 알아줬으면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이 산업의 해가 된다면 문제가 될 수 있겠지만 적합업종 지정 이후 떡볶이떡·떡국떡 시장 규모는 비약적으로 성장해 떡볶이 소규모 제조업체의 해외 진출 발판이 되고 있다”면서 “무조건 대기업 진출을 막기 위한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없다면 자본력을 앞세운 대기업이 시장을 잠식해 영세한 소상공인들은 생존자체가 힘들어진다”고 힘주어 말했다.

동반위 관계자는 “회의를 통해 의견 수렴한 내용, 실태조사, 현장조사, 전문가 의견수렴 등을 종합해 추천의견서를 준비하고 동반위 의결을 거쳐 내달 중 중기부로 추천의견서를 전달할 예정”이라고 말을 아꼈다.

한편 이번 회의에서는 대-중소기업간 상생협약의 길도 열려 있었으나 ‘간편식’ 허용 부분에 대한 이견으로 인해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동반위는 작년 8월 떡국떡·떡볶이떡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신청서가 접수된 이후 기획TF를 운영해 해당 품목에 대한 실태조사를 지난 2월까지 실시했으며, 이달 초에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추천한 전문가 간담회를 진행해 의견까지 수렴한 상태다.

내달 중 중기부로 추천의견서가 전달되면 중기부는 지정심의위원회 개최를 통해 늦어도 올해 10월 중 떡국떡·떡볶이떡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여부의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인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