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가 살아남을 수 있는 길-C.S 칼럼(419)
서로가 살아남을 수 있는 길-C.S 칼럼(419)
  • 문백년 사무총장
  • 승인 2022.11.14 07: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푸르밀 ‘사업 종료 철회’…턴어라운드
상생 해법 경영 방식 정치권도 배워야
△문백년 사무총장(한국식품기술사협회)
△문백년 사무총장(한국식품기술사협회)

방송에서 사극이 한창 인기가 높을 때, 사극에 관심이 많던 이들이 끝까지 시청하고 나서 소감을 이야기하는 것을 들은 기억이 새롭다. 궁중을 둘러싼 권력 다툼에서 어느 한 세력이 집권하면, 상대편 세력들을 다 숙청하고 또 다른 편 세력이 권력을 잡으면 무자비한 보복을 감행해 “그렇게 몇 차례 뒤바뀌고 나니, 다 죽고 살아남은 사람은 담당 PD밖에 없더라”라는 웃지 못할 평을 들은 기억이 난다. 한 치의 양보도 없이 서로의 입장만을 내세우며 상대 진영을 완전히 제거하고 나면 자신들이 원하는 세상을 만들어 갈 수 있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그것은 모두가 몰락하는 길이다.

10월 17일 사업종료 선언과 함께 전 직원 해고 통보를 했던 중견 유업체 푸르밀이 11월 8일 노사합의로 사업종료 철회를 선언했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회사와 노조가 한 발짝씩 양보하여 기사회생의 길이 열린 것이다. 이러한 상생의 방식을 우리나라 정치권도 배워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푸르밀이 사업종료를 갑자기 선언한다는 소식을 접할 때까지만 해도 모든 사람이 황당하게 생각했다. 내로라하는 중견기업이 어느 날 갑자기 사업종료를 선언하면서 모든 직원을 해고할 거라고는 그 누구도 생각지 못한 일이었다. 재직 중인 직원들만 350여 명이고, 대리점만도 500여 개, 협력업체 직원, 화물배송 기사, 원유공급 낙농가까지 줄잡아 천여 명 넘는 사람들의 생계가 막막해져 버린 것이다. ‘얼마나 회사가 어려웠으면 그런 극단적인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었을까’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어떻게 범롯데가의 중견기업 사주가 저런 무책임한 결정을 내려, 하루아침에 일방적인 해고 통보를 할 수 있느냐며 비난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사업주가 종업원을 해고해야 할 불가피한 사유가 발생해 해고하려면 ‘해고하기 50일 전’까지 통보하고 성실히 협의해야 한다. 그런데 푸르밀은 44일 전에 통보가 되었기 때문에 요건을 지키지 않은 것이고 푸르밀 회사와 노조 간 체결한 단체협약에 ‘해고 60일 전 통보’하게 되어 있었다고 하는데 이를 어긴 것이었다. 어찌 되었든 사주와 노조가 한 발짝씩 양보하여 신동환 대표이사와 임직원, 노동조합 명의로 대국민 호소문을 내고, 이달 말로 예고한 사업종료를 전격 철회해 30% 감원으로 슬림화하여 회사의 영업을 정상화하겠다고 한 것은 참으로 다행스럽고 환영할만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개인이나 회사, 단체, 정당, 국가 단위에서도 극단적인 선택의 배경에는 자기중심성이 자리한다. 자기중심에서만 보면 전혀 틀린 입장이 아닐 수 있다. 그러나 함께 공존하는 사회에서는 타인의 입장을 배려하지 않고 서로의 입장만을 내세우며 싸운다면 아비규환(阿鼻叫喚)의 세상이 되고 말 것이다.

나의 처지에서 잠깐 눈을 돌려 타인의 입장에서 한 번만 생각한다면 서로가 살아남을 수 있는 가장 좋은 타협점이 생긴다는 교훈을 이번 푸르밀 사례에서도 배울 수 있다. "45년 전 창업 초심으로 돌아가 재도전하고자 한다"며 "부디 회사에 대한 미움을 거두고 지속적인 관심과 애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봐달라. 무릎 꿇어 간절히 호소드린다"라고 밝힌 신동환 대표의 입장문이 진정성 있게 와닿는다.

역지사지로 한 걸음씩 양보하여 서로가 살아남을 수 있는 상생의 길을 선택한 푸르밀이 심각한 경영 위기의 파고를 슬기롭게 극복하여 국민에게 사랑받고 지속 성장의 기업으로 우뚝 서게 되는 좋은 모델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