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우유 시장의 기회와 규제-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344)
대체 우유 시장의 기회와 규제-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344)
  • 하상도 교수
  • 승인 2023.07.03 07: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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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유 등 대체식품, 용어 규제 불구 강점 지녀
이분법 무의미…맛·품질·가성비 좋으면 그만

미국 식약청(FDA)은 올 2월 식물 기반 유제품을 ‘우유(Milk)’로 표시할 수 있도록 하면서 소비자가 우유와 식물성 음료를 명확하게 구별할 수 있도록 식물성 음료에 부족한 영양성분의 표시(라벨링)를 명확히 제공할 것을 권고했다. 그러나 돌연 5월 영양적 측면에서 “식물성 음료는 우유 대체품이 될 수 없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해 소비자를 헷갈리게 하고 있다. 보도의 요지는 우유 영양소가 빠져 있는 식물 기반 음료를 우유(milk) 대체품으로 지칭하는 것은 잘못이라는 것인데, 식물성 음료는 우유와 유사하지 않으며 우유의 대체품으로 칭하는 것은 잘못되었다는 연구결과다.

△하상도 교수(중앙대 식품공학부·식품안전성)
△하상도 교수(중앙대 식품공학부·식품안전성)

최근 FDA는 우유 대용품 관련 연구에서 “식물성 음료가 우유 대체물이라 불리지만 실상은 곡물(귀리, 퀴노아, 쌀), 콩, 견과류(아몬드, 캐슈넛, 코코넛 등)와 씨앗에 이르는 모든 종류의 식물로 만들어진다”며, “식물성 음료는 우유와 같은 영양소를 포함하지 않으며 대부분 단백질, 칼슘, 비타민A, 비타민D, 마그네슘, 인, 칼륨이 부족하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덧붙여 식물성 음료를 섭취하게 되면 충분한 영양소를 공급받기 어려워 식물 기반 제품 구매 시 우선적으로 제품의 내용 라벨을 확인하고, 우유의 라벨과 비교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식물 기반 음료를 대체품으로 지칭하는 것은 오해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커 이런 주장에 대해서는 직접 확인하고 검증하는 것은 소비자의 몫이라고 덧붙였다.

미국 우유 생산자 연맹은 식물성 우유 제품을 ‘음료’라고 언급하며 해당 음료 제품에 유(milk)제품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도록 허용한 FDA의 결정은 잘못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즉, 이는 유제품 용어를 동물기반 제품으로 명확하게 정의하고 있는 FDA 자체의 기준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또한 국가유제품 협회(National Milk Producers Federation) 역시 식물성 음료에 대한 영양정보 지침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에선 식약처가 소비자의 혼동을 막기 위해 ‘식물 기반 유제품’에 대해 ‘milk’라는 표현을 쓸 수 없도록 했고 유형도 ‘우유류’가 아닌 ‘음료(드링크)’로 표현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우유자조금관리위원회 역시 milk가 아닌 식물성 음료의 정확한 표기를 요구하고 있다.

최근 식품시장에서는 ‘대체(代替)음식’이 대세다. 작년 12월 22일 식약처는 ‘대체식품’ 시장규모가 확대됨에 따라, 효율적인 안전관리를 위해 정의 및 안전관리 기준 신설을 행정예고 했다. 대체식품으로 표시해 판매하는 식품을 ‘동물성 원료 대신 식물성 원료, 미생물, 식용곤충, 세포배양물 등을 주원료로 사용하여 식용유지류(식물성유지류는 제외한다), 식육가공품 및 포장육, 알가공품류, 유가공품류, 수산가공식품류, 기타식육 또는 기타 알제품 등과 유사한 형태, 맛, 조직감 등을 가지도록 제조하였다는 것을 표시하여 판매하는 식품”으로 정의했다.

최근 동물성 고기를 식물이나 미생물, 곤충, 배양육 등으로 대체하는 ‘대체육’, 우유를 대체하는 식물성 ‘대체유’, 대체 달걀 등이 각광받고 있다. 이는 전 세계적인 식품업계 최대의 화두인 환경·사회·지배구조(ESG)경영 때문에 환경을 크게 손상시키며 얻어왔던 가축 단백질을 대체하려는 움직임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축산업으로 단백질을 얻는 데에는 식물에 비해 물을 4~25배 더 사용하고 화석연료도 6~20배 더 쓰기 때문에 탄소 저감화 등 환경 이슈가 큰 역할을 했다. 게다가 생산성 등 산업적 장점과 더불어 전염성 병원체의 주원인인 동물에 대한 거부감, 고기가 건강에 나쁘다는 소비자 인식, 반려시장 성장으로 인한 동물 복지, 지속 가능한 개발 등 많은 장점들이 대체음식의 호응을 유도하고 있다.

물론 정부의 안전기준 신설로 다양한 대체음식들이 시장에 나올 수 있게 되긴 했으나 아직은 첫 단추에 불과하다. 가축으로부터 온 동물성 단백질의 식감과 완전 단백질이라는 영양적 장점을 그 어떤 대체음식도 대신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특히 인간의 ‘고기 사랑’은 원시시대부터 이어져 내려온 인간의 본성이다. 게다가 가축이 아닌 실험실서 배양된 고기를 농식품부나 축산업계가 인정할지도 의문이다. 우유라는 용어는 표시법에서 사용하지 못한다고 하는데, 고기, 달걀 등의 용어 사용을 반대할지도 모를 일이다. 게다가 어떤 용어든 시장에 나가게 된다 하더라도 소비자가 최종적으로 받아들여 구매로 이어질지도 관건이다.

그러나 일단 정부가 시장을 열어놨으니, 기업은 Milk를 쓰든 식물성 대체 원료를 쓰든 제품을 만들고, 소비자는 표시를 보고 합리적으로 선택하면 됩니다. 식품 시장에서는 ‘milk가 좋다’, ‘식물성 대체유(乳)가 좋다’는 이분법적 논쟁은 아무 의미가 없다. Milk든 식물이든 미생물이든 모두 식품의 원료에 불과하고 소비자에겐 최종 제품이 맛있고 몸에 좋고 가성비 좋으면 그만이다. Milk는 인간 식생활의 ‘목표’가 아니라 풍요롭고 건강한 식생활의 ‘수단’이기 때문이다. 꼭 동물성 Milk를 먹어야만 단백질을 보충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식물성이든 미생물성이든 단백질원이 되고 식품의 원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2023년이다. 소비자에게 ‘이걸 먹어라’, ‘저걸 먹어라’하는 과거 공급 우위의 생산자 중심의 시장이 더 이상 아니다. 우리 모두는 4차 산업혁명이라는 때와 소비자의 니즈를 만나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신식품의 혁명인 대체식품의 거센 파도에 서둘러 올라타야 한다. 대체식품은 공급자가 결정권을 가진 게 아니다. 시장에서 자연스레 만들어진 것이라 ‘표시에 기반 한 소비자 선택의 문제’로 풀어가야 한다. 무엇으로 만들어진 대체식품인지, 최종 제품에 표시하게 하고 소비자가 알고 선택할 수 있도록 만 해주면 된다.

우리나라 소비자들이 우유를 먹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뭐니뭐니해도 이 세상에서 가장 비싼 가격이다. 동물성 milk라서 구매하고 식물성이라 구매하지 않을 리가 없다. 미국, EU, 일본 등 주요 선진국에서는 우유가 과일주스보다도 싸 소비량이 엄청나다. 우리나라에서는 우선 우유 값부터 낮춰야 소비가 늘어난다고 본다. 식물성 유제품은 가격경쟁력도 있고 건강 이미지도 있어 시장에서 성공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가격’과 ‘가치’는 엄연히 다르다. 동물성 milk가 비싸다고 해서 품질이나 안전성 즉, 질적 가치가 높다고 볼 수는 없기 때문이다. 누가 만들었던 어디서 왔던 ‘맛있고, 품질 좋고, 위생적이고, 가성비 높은 음식이 좋은 식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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