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세계가 “사랑해요 김치!”…건강식·비건으로 글로벌 영토 확장
[특집] 세계가 “사랑해요 김치!”…건강식·비건으로 글로벌 영토 확장
  • 황서영 기자
  • 승인 2023.11.15 07: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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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2일은 ‘김치의 날’…김장 문화 유네스코 등재도 10주년
코로나로 김치 면역 기능 알려져 유럽 등 해외로 확산
올해 수출 11% 늘어 1억2000만 불…미국만 3000만 불
정부도 수출 확대 팔 걷어…2027년까지 3억 불 달성 목표
‘종가 김치’ 수출 절반 차지…LA에 공장 건설 1000억 눈앞
CJ, 전략 제품 선정 식물성 ‘비비고 플랜테이블 김치’ 개발
미국 시장 최대 격전지…풀무원 이어 농협김치도 공략 가속

올해도 김장철과 함께 ‘김치의 날’이 다가온다. 11월 22일 ‘김치의 날’은 김치산업의 진흥과 김치문화를 계승·발전하고 김치의 영양적 가치와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김치의 다양한 재료 하나(1) 하나(1)가 모여 면역 증강·항산화·항비만·항암 등 22가지 이상의 효능을 만들어낸다는 상징적 의미를 담아 기념하는 날이다. 게다가 올해는 우리의 김장문화가 2013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지 10주년이 되는 더욱 특별한 해이기도 하다.

김장을 위해 모이고, 김치를 나누는 김장문화는 한국의 협동과 배려를 나타내는 자산으로 세계적인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김치는 세계적인 한류 열풍 속에 ‘건강식’ 또는 ‘비건’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미국과 유럽 등 해외 소비자들에게도 눈에 띄는 관심을 받고 있다.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와 업계 등에 따르면 김치의 종주국인 우리나라는 실상 김치 무역에서 적자를 보고 있다. 국산 김치보다 중국에서 수입하는 김치가 많기 때문이다. 김치 무역에서 흑자를 기록한 것은 ‘알몸 김치’ 파동으로 중국산 김치가 수입이 급감했던 2021년뿐이다. 하지만 식품업계는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김치의 면역 기능이 알려지고, 한때 K-푸드 수출 불모지로 여겨졌던 미국과 유럽 시장 유통망 입점이 빠른 속도로 이뤄지면서 적자 폭이 개선되고 있다.

실제로 올해 9월까지 김치 무역적자 규모는 329만2000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80.6% 줄었고, 올해 9월까지 김치 수출액은 1억2000만 달러(한화 약 1500억 원)로 작년 동기와 비교해 11% 정도 늘었다.

특히 대(對)미국 김치 수출액은 최근 5년간 2018년에는 897만달러(약 121억 원), 2019년 1480만달러(200억 원), 2020년 2306만달러(312억 원), 2021년 2825만달러(383억 원), 2022년 2910만달러(394억 원)로 꾸준히 늘었다. 2018년 대비 2022년과 비교해 4년 새 성장률은 224.4%에 달한다. 올 9월까지 수출액은 3064만 달러로 처음으로 3000만불의 벽을 넘으며 이미 전년 수출액을 넘어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K-김치’의 호실적에는 한국 김치업체들의 글로벌 시장을 향한 뚝심이 있었다. 수출업체와 함께 정부·지자체도 해외 소비자를 직접 찾아 우리 식품 알리기에 힘쓰고 있다.

대상이 뉴욕 맨해튼 유니언 스퀘어 파크에서 열린 뉴욕 대표 한인 축제 ‘뉴욕 코리안 페스티벌’에서 진행된 ‘종가 김치 블라스트’ 김장버무림 행사. (사진=대상)
대상이 뉴욕 맨해튼 유니언 스퀘어 파크에서 열린 뉴욕 대표 한인 축제 ‘뉴욕 코리안 페스티벌’에서 진행된 ‘종가 김치 블라스트’ 김장버무림 행사. (사진=대상)

김치 수출의 절반을 차지하는 대상은 '종가' 브랜드로 미국 내 영토를 확장하고 있다. 대상은 2019년부터 미국 서부, 중부 지역의 유통 채널까지 입점 점포를 확대하며 더욱 매출이 느는 추세다. 올 9월까지 미국의 종가 김치 수출액은 전년 동기보다 38% 증가해 작년 매출액을 경신했다. 2025년까지 미국 연간 매출액 1000억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 3월부터는 식품업계 최초로 미국 LA에 대지면적 3000여 평 규모의 김치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대상의 LA공장은 약 200억 원이 투입돼 연간 2000톤의 김치 생산이 가능한 제조라인과 원료창고 등의 기반시설을 갖췄다. 미국에 대규모 김치 생산설비를 갖춘 국내 식품사는 대상이 유일하다. 대상 아메리카 김치공장에서는 전통 김치의 맛을 살린 오리지널 김치를 비롯해 미국 현지 식문화와 트렌드를 반영한 글루텐프리(Gluten Free) 김치, 비건(Vegan) 김치, 백김치, 비트김치, 피클무, 맛김치, 양배추 김치 등 총 10여 종의 김치를 생산하고 있다.

올해 6월에는 미국 현지 식품업체인 '럭키푸즈'를 인수해 추가 생산기지를 확보하기도 했다. 럭키푸즈는 2000년 설립된 아시안 식품 전문회사다. ‘서울’ 김치 등 다양한 제품군을 보유하고 있다. 대상은 럭키푸즈 인수로 미국 내 김치 유통채널을 확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또 작년 10월부터 약 한 달간 뉴욕 타임스퀘어에 김치 광고를 총 6720회 송출하고 남자 아이돌 그룹 세븐틴의 멤버 호시를 브랜드 앰배서더로 발탁하는 등 김치 세계화에 주력하고 있다.

대상 관계자는 “미국·캐나다 주류 유통채널 입점을 지속 확대하고 김치 인지도와 소비자 접근성 제고를 위해 연중으로 행사를 기획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CJ제일제당의 수출용 비비고 상온김치와 단지김치. (사진=CJ제일제당)
CJ제일제당의 수출용 비비고 상온김치와 단지김치. (사진=CJ제일제당)

CJ제일제당은 만두로 잘 알려진 '비비고' 브랜드를 통해 미국, 캐나다를 중심으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기본 배추김치 외에도 현지인을 위한 맞춤형 김치도 선보이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젓갈이 없는 100% 식물성 원료로 만든 '비비고 플랜테이블 김치'를 만들었다.

최근에는 미국 소비 취향에 맞춰 작년부터 ‘비비고 단지김치’로 리뉴얼해 수출하고 있다. 비비고 단지 김치는 ‘기능성 포장용기’를 통해 발효식품 특성상 생길 수 있는 가스, 효모 등의 문제를 해결한 제품이다. 발효 가스를 제어하기 위해 신소재 멤브레인 필터와 산소 유입을 막는 일방형 밸브를 하나로 결합하는 기술을 적용했다. 김치가 냉장 상태로 수출돼도 효모가 생기거나 신선도가 떨어지지 않아 발효 품질이 안정화된 만큼 해외에서도 아삭하고 신선한 김치를 먹을 수 있게 하기 위함이다. 해당 기술은 특허도 받았다.

김치는 CJ제일제당의 글로벌 전략제품(GSP) 중 하나다. 북미시장을 중심으로 김치 저변을 확대하는 게 목표다. CJ제일제당은 비비고 단지김치 수출량을 지속적으로 늘리는 한편 현지 아시안 유통채널 입점을 확대할 방침이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향후 미국 내 70여개 매장을 보유한 대형 아시안 식품 유통업체에 입점할 계획”이라며 “이를 기반으로 현지 주류시장까지 판로를 넓혀보겠다”고 밝혔다.

미국 마이너리그 야구팀 몽고메리 비스킷츠 홈구장에서 열린 풀무원 김치 증정 행사에 참여한 현지 관람객들이 제품을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풀무원)
미국 마이너리그 야구팀 몽고메리 비스킷츠 홈구장에서 열린 풀무원 김치 증정 행사에 참여한 현지 관람객들이 제품을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풀무원)
농협경제지주는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공동주최로 미국 뉴욕에서 열린 ‘김치의 날’ 제정 기념행사에서 100% 국산 농산물로 만든 ‘한국농협김치’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농협경제지주)
농협경제지주는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공동주최로 미국 뉴욕에서 열린 ‘김치의 날’ 제정 기념행사에서 100% 국산 농산물로 만든 ‘한국농협김치’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농협경제지주)

풀무원은 김치사업을 전 세계에 한국의 식문화를 알리는 ‘한국식(食)문화업(業)’으로 정의하고 김치종주국이란 점을 부각시키는데 주력하고 있다. 수출용 제품 포장에는 현지 생산과 차별화를 두고자 ‘Made in Korea(한국산)’이라는 표식을 강조한다. 올 3분기 누계 기준 미국 내 풀무원 김치 매출은 작년 동기보다 19% 성장했다. 주력 제품은 비건 방식으로 제조된 썰은김치와 매운맛 썰은김치, 전통 썰은김치다.

농협도 통합김치브랜드 ‘한국농협김치’로 미국시장을 공략 중이다. 한국농협김치는 2021년 전국 8곳의 농협 김치공장을 일원화해 출범한 브랜드다. 통합 조직 출범 이전에는 구매·판매·마케팅 등을 각 농협이 개별적으로 진행했으나 법인 설립 이후 농협김치 본사에서 농산물 구매와 마케팅 등을 총괄하면서 각 조합은 제조에만 집중하고 있다. 지역별로 특화한 제품과 수출용 제품 등 생산을 공장별로 나눠 김치 중복 생산 문제도 해결했다.

브랜드 통합과 동시에 해외시장 진출도 본격화했다. 해외 시장 진출시 농협 특성을 살려 ‘100% 한국 식재료’로 만드는 한국김치라는 점을 강조했다. 농협김치는 지난해 7월 일본 수출을 시작으로 9월에는 미국땅에 발을 디뎠다. 특히 최근엔 베트남과의 접점을 늘리며 수출판로 확대에 힘쓰고 있다. 해외 신시장 개척을 통해 2021년 132만2000달러였던 수출 실적이 통합 후인 지난해에는 148만8000달러로 약 12.6% 늘었다.

한편 정부도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김치 수출 확대에 나서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8월 김치산업진흥 종합계획을 발표하고 2027년까지 김치 수출액을 지금의 2배 수준인 3억달러 달성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김춘진 aT 사장은 최근 미국 LA 대상아메리카 김치공장을 방문해 “미국은 한국 김치 수출 2위 국가로 현지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다. 김치종주국 위상 제고와 김치세계화를 위해 품질 고급화, 해외마케팅 등의 지원을 확대하겠다”며 “앞으로도 한국 김치의 가치와 우수성을 해외에 널리 알리는 글로벌 ‘김치의 날’ 제정 확산과 함께 품질 고급화, 해외마케팅 등의 지원 확대로 김치 종주국 위상 제고와 김치 세계화에 앞장서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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