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의 일회용 컵과 플라스틱 빨대 규제 자율화-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362)
환경부의 일회용 컵과 플라스틱 빨대 규제 자율화-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362)
  • 하상도 교수
  • 승인 2023.11.20 0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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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포기 아냐…경영 애로 반영 자율 행정 전환

환경부는 지난 11월 7일 식당, 카페 등 식품접객업과 집단급식소의 일회용 종이컵 사용 금지를 철회하고 플라스틱 빨대 사용금지 조치에 대해서는 계도기간을 무기한 연장하기로 했다. 즉 식당과 카페의 일회용 종이컵과 플라스틱 빨대 사용을 다시 허용한 것이다. 불경기에 일회용품 규제가 자영업자의 부담을 가중시킨다고 판단해 강제적 성격의 규제가 아닌 자율로 운영하겠다는 것이다. 이들 조치는 지난해 11월 24일부터 일회용품 규제 차원에서 시행해왔었는데, 1년간의 계도기간이 끝나는 오는 11월 24일부터 시행해 위반 시 최대 3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할 예정이었다.

△하상도 교수(중앙대 식품공학부·식품안전성)
△하상도 교수(중앙대 식품공학부·식품안전성)

지난 1년간의 계도기간 동안 식당과 카페 점주들은 일회용 종이컵 대신 다회용 컵을 쓸 경우 컵 씻을 사람과 세척 시설이 필요해 부담이 가중된다고 불만을 표시해왔다. 게다가 공간이 협소한 소규모 매장은 세척 시설 설치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한다. 소비자도 마찬가지다. 위생 측면에서 다회용 컵을 거부하는 소비자들도 적잖았고 종이 빨대가 금방 눅눅해져 이를 먹게 되거나 독특한 냄새 탓에 음료 맛을 떨어뜨린다는 불만도 많았었다. 덧붙여 일회용 종이컵보다 높은 비용과 이를 규제하지 않는 국제적 추세도 작용한 것 같다.

일회용품 규제 방침이 정해진 건 코로나가 막 시작되던 2019년 11월이었고 2021년 말 「자원재활용법」 시행규칙이 공포되었다. 현 정부는 이 정책이 자영업자와 소비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고 판단해 1년간의 계도기간 직후 강제 대신 권고, 인센티브, 캠페인 등 ‘자발적 참여에 기반한 지원정책’(자율)으로 추진한다고 선언했다. 또한 2025년부터 금지하는 방침을 정했던 생분해 비닐봉지에 대해서도 세계적인 흐름에 따라 허용 기간을 늘리는 쪽으로 환경부가 재검토할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이번 환경부의 갑작스러운 발표로 소비자단체를 위시한 기후변화 대응 시민단체들이 뿔이 났다. 그 간 정부의 친환경 규제를 지원해 오며 시장과 소비자 사이에서 큰 역할을 해왔는데, 영업자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듯한 자세로 논의 없이 일방적으로 규제를 시장 자율로 전환했기 때문이다.

물론 이번 일회용 컵 사용 허가는 식당, 카페 등 매장 내에서 적용되는 것으로, 현재 시행 중인 테이크아웃용 일회용 종이컵과는 상관없다. 그동안 테이크아웃용으로는 일회용 종이컵이 허용됐고 매장 내에서 마시는 경우에만 다회용 컵을 사용해 자율로 전화되더라도 큰 영향은 없을 것 같다. 사실 스타벅스나 대형 커피 프랜차이즈, 패스트푸드 업소 등은 이미 세척 시설을 갖추고 있고 친환경 이미지 관리와 정부 정책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매장 내 다회용 컵 사용을 계속해서 유지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환경부도 공공기관, 민간기업, 대형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 패스트푸드점 등과 자발적 협약을 체결해 일회용품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사회 전반으로 확산시켜 나간다는 계획을 갖고 있어 이런 예상에 힘이 실린다.

이 규제는 탄소중립 사회로의 이행이라는 긍정적 측면과 시장의 3고(高), 인력난, 비용부담 등 현장의 경영 애로라는 부정적 측면 사이에서 갈등을 빚고 있었다. 그러나 전 세계가 탈 플라스틱 정책을 실현하느라 난리인 시대다. 플라스틱세가 부과되기 시작했고 환경에 대한 중요성이 날로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소비자들도 친환경 소비를 지향하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최근 식약처도 이러한 사회 변화에 부응하고자 재생 플라스틱의 식품용 사용 확대 등을 꾀하고 있고 많은 식품 기업들은 소비자의 이미지를 의식해 종이 포장, 종이 빨대 등으로 방향을 잡고 있는 추세다. 한국의 1인당 연간 포장용 플라스틱 소비량이 벨기에에 이어 세계 2위라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건 사실이다.

가장 큰 쟁점은 플라스틱 빨대인데, 계도기간이 무기한 연장된다. 그동안 커피전문점은 종이 빨대, 생분해성 빨대를 사용해왔다. 종이 빨대는 음료 맛을 떨어뜨리고, 쉽게 눅눅해져 사용하기 불편하다. 게다가 가격도 2.5배 이상 비싸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았다. 사실 빨대는 안 쓰는 방향이 더 바람직하다. 종이나 친환경이 만능은 아니다. 식품의 안전, 저장 등의 관점에서는 종이가 아닌 플라스틱을 꼭 필요한 곳에 써야 하기 때문이다. 생활용품이나 수분이 적은 배달 음식, 외포장 등에는 플라스틱을 쓸 필요가 없으나 수분함량이 높은 식품, 수증기가 나와 금방 눅눅해지는 식품, 물이 닿는 빨대나 보냉팩, 얼음주머니, 냉동식품, 장기 보존 식품 등에는 반드시 비닐이나 플라스틱을 써줘야 한다.

어차피 전 세계적으로 ‘저탄소식품’ 시장이 대세라 식품업계도 이러한 탈 플라스틱, 일회용품 사용 축소 규제를 자율이라도 유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환경과 안전, 함께 갈 수 있는 부분은 당연히 동행해야 한다. 그러나 공존하지 못할 경우엔 환경보다 ‘안전’이 우선이다. 이번 환경부의 조치는 아쉽기는 하나 무분별한 일회용 허용도 아니고 친환경의 포기도 아니라 생각한다. 불경기에 유연한 자율행정으로 전환한다는 것으로 이해하면 되고 현재 우리 시장 수준이면 충분히 자율로도 일회용 줄이기와 탈플라스틱이 가능한 시기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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