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첨가물 ‘아질산나트륨’ 자살유발물질 지정 논란-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364)
식품첨가물 ‘아질산나트륨’ 자살유발물질 지정 논란-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364)
  • 하상도 교수
  • 승인 2023.12.04 0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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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중독 예방 보존료…육제품 적정량 섭취 땐 안전

지난 11월 7일 보건복지부는 아질산나트륨과 같이 달리 분류되지 않은 해독제 및 킬레이트제에 의한 중독효과 유발물질을 ‘자살위해물건’으로 추가 지정하는 고시 개정안을 행정 예고했다. 즉, 햄·소시지 등 가공육의 보존제와 발색제로 주로 쓰이는 첨가물인 ‘아질산나트륨’이 자살위해물건으로 지정된다고 예고돼 위해성이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한 번에 이 물질을 4g~6g 섭취하면 사람이 목숨을 잃을 수 있고 최근 호주와 일본 등에서 신종 자살 수단으로 보고되고 있다는 근거를 제시한 바 있는 복지부가 아질산염 중독으로 인한 자살사고를 막기 위해 고시 개정에 나선 것이다.

△하상도 교수(중앙대 식품공학부·식품안전성)
△하상도 교수(중앙대 식품공학부·식품안전성)

이미 아질산염에는 ‘발암물질’이라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씌워져 있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가 아질산염을 2군(2A) 발암물질로 분류하고 있기 때문이다. 2A군은 동물실험 근거는 있지만 사람에게 암을 유발한다는 근거가 제한적일 경우를 가리킨다. 아질산염은 육류의 아민과 반응하여 니트로사민이라는 발암성 물질을 만든다고 알려져 있으며, 美 농무성(USDA)에서는 사용량을 줄이도록 권고하는 등 위해성이 논란이 뜨거운 물질이다. 국내에서는 이미 식품첨가물인 아질산나트륨에는 주의문구 표시를 하도록 「식품표시광고법」이 개정됐다. 과거부터 수산화암모늄 등의 식품첨가물에도 “직접 먹거나 마시지 마십시오.” 등의 취급상 주의문구를 표시하도록 하고 있다.

‘자살위해물건’이란 자살 수단으로 빈번하게 사용되거나, 자살 수단으로 사용될 위험이 높은 물건을 의미하는데, 정부는 「자살예방법」에 근거해 이 같은 위험한 물건을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여기에는 번개탄 등 일산화탄소 독성효과 유발 물질, 농약 등 제초제 및 살충제·살진균제 등 독성 유발 물질, 졸피뎀 등 항뇌전증제와 진정·수면제 및 항파킨슨제에 의한 중독효과 유발 물질 등이 이미 지정돼 있다.

사실 금번 아질산나트륨이 자살 위해 물건으로 지정되면서 자살을 부추기거나 도울 목적으로 이를 판매하거나 활용 정보를 온라인에 퍼뜨리는 사람도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어 식품첨가물이지만 앞으로는 이를 다루기가 조심스러워진다. ‘아질산염(亞窒酸鹽)’은 식품산업에서는 아질산나트륨 또는 아질산칼륨을 말하는데 주로 식육가공품의 보존제 및 붉은색을 선명하게 하는 발색제로 사용되며, 이밖에 금속공업, 연구 및 의학적 용도로도 사용된다.

이는 CODEX(국제식품규격위원회), 유럽연합(EU), 미국, 일본 등에서 허용됐으며, 우리나라에서는 식육가공품(포장육, 식육추출가공품, 식용우지, 식용돈지 제외) 및 고래 고기 제품에 kg당 최대 0.07g까지, 어육소시지에는 0.05g, 명란젓 및 연어알젓에는 0.005g까지 허용된다. 세계보건기구(WHO)와 국제식량농업기구(FAO)가 규정하는 일일섭취허용량(ADI)은 125ppm (0.125g)인데, 계산해보면 한 번에 소시지류를 60kg 가까이 먹어야 위험한 셈이다.

아질산염은 자연계, 특히 식물에 널리 분포하는데, 시금치, 쑥갓, 그린아스파라거스, 청고추, 떡잎 무 등에 많이 함유돼 있어 자연스레 사람에게 노출돼 있다. 서양에서는 보툴리눔(botulinum)이라고 불리는 Clostridium botulinum균이 생산하는 독소(botox) 생성을 억제하는 보존료로서 사용되기 시작했다. 19세기 초 독일에서 잘못 보관된 소시지 식중독으로 한 번에 200명 이상이 목숨을 잃는 사건이 발생함에 따라 이를 예방할 보존료가 필요했었기 때문이다. 이 아질산염을 육제품에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기원전 9세기경 호메로스의 시에 최초로 기술돼 있고 고대 로마 시대에도 사용한 기록이 있다. 이후 1581년 독일의 Rumpolt가 쓴 ‘소시지 제조법’에 염지의 발색에 관한 서술이 있으며 1758년 독일 한 과학 잡지에 염지이론이 소개된 바 있다.

아질산염은 과량 섭취 시 간과 신장을 손상시킬 수 있다. 이 물질이 체 내에 흡수되면 혈액 내 적혈구 산소 운반능력을 떨어뜨려 산소부족 증세를 일으키는데, 0.3g 이상 섭취 시 중독을 일으키고 치사량(성인은 4~6g) 이상 섭취 시 호흡곤란으로 사망에 이를 수 있다. 반수치사량(LD50)은 쥐의 경우 체중 kg당 180mg인데, 농약인 DDT(150mg/㎏)와 비슷한 독성이다. 최근 국내에서 아질산나트륨 중독으로 인한 자살 사망자가 늘어나는 추세라 하는데, 복지부에 따르면 2018년 3명, 2019년 11명, 2020년 49명, 2021년 46명에 이른다고 한다. 이에 복지부는 이번 고시 개정을 통해 아질산나트륨이 자살 유발 목적으로 판매·활용되는 것을 사전에 막아 자살 사망자 감소를 기대했다.

그러나 모든 식품첨가물이 그러하듯 독성과 부작용이 있어 주의는 해야 하나 이에 대한 지나친 우려 또한 경계해야 한다. 사실 아질산염은 햄·소시지보다 채소류를 통해 섭취하는 양이 훨씬 많고 항균, 발색 등 아질산염 사용에 따른 이익이 더 크기에 사용되고 있다. 이는 인체에 해가 없는 수준에서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지나친 걱정은 기우라 생각한다. 일부 어린이들이 극단적으로 과다하게 육제품을 섭취하는 경우에는 일일섭취허용량(ADI)을 초과할 수 있으나 기준치를 지킨 햄·소시지의 일반적 섭취의 경우엔 안전하다고 보면 된다.

그러나 아질산염은 인체에 해가 없는 소량이라도 먹지 않을수록 좋은 소소익선(小小翊善)의 물질이다. 그래서 산업계에서는 아질산염 대체 첨가물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최근 영국, 스페인 등 유럽 각국에서는 과일혼합추출분말 등 아질산염 대체 천연보존료 출시가 줄을 잇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소비자는 가공식품 구입 시 표시사항을 주의 깊게 살펴보고 아질산염의 섭취량을 적절히 조절하는 구매습관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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