볶음밥 증후군 ‘세레우스 식중독균’-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365)
볶음밥 증후군 ‘세레우스 식중독균’-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365)
  • 하상도 교수
  • 승인 2023.12.11 07:4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국내서도 자주 발생하는 독소형 식중독
강한 내열성…조리 위생 지키고 냉장 보관을

최근 볶음밥, 파스타 등 조리된 곡물 음식을 잘못 먹고 사망한 사례가 발생해 일명 ‘볶음밥 증후군(Fried rice syndrome)'이라고 불리는 질환이 재조명되고 있다. 최근 비디오 스트리밍 플랫폼 틱톡에 틱토커 ‘jpall20’가 2008년 벨기에 브뤼셀에 거주하던 한 20대 대학생이 파스타를 먹은 뒤 갑작스럽게 사망한 볶음밥 증후군 관련 영상을 올렸기 때문이다. 조리된 곡물 음식을 상온에 방치하다 먹으면 최악의 경우 사망에 이를 수 있는데, 그 원인은 바로 내열성 세레우스 식중독균이다.

△하상도 교수(중앙대 식품공학부·식품안전성)
△하상도 교수(중앙대 식품공학부·식품안전성)

이 대학생은 파스타를 삶은 뒤 실온에 5일간 보관했다가 다시 조리해 먹었는데, 파스타를 먹은 후 메스꺼움, 복통, 두통, 설사, 구토를 겪다가 끝내 10시간 만에 사망했다고 한다. 현지 수사당국의 시신 부검 결과, 그 사인은 간세포 괴사에 의한 급성간부전이었다. 이 사건은 국제 과학 저널 '임상미생물학'에 보고될 만큼 유명한 '볶음밥 증후군' 사례인데, 바로 내열성 세레우스 식중독균인 바실러스 세레우스(Bacillus cereus) 세균의 독소가 원인이다.

연도별로 좀 차이는 나지만 우리나라 식중독 원인균별 발생 환자 수를 살펴보면 노로바이러스, 병원성대장균, 살모넬라, 바실러스세레우스가 가장 많이 발생한다. 특히 기온이 높은 여름철엔 세균성 식중독 발생이 높고, 기온이 낮은 겨울철에는 바이러스성 식중독 발생이 문제다. 식중독은 생선회, 굴 등 어패류 및 가공품, 육류 및 가공품, 계란 등 난류, 김치 등 채소류, 김밥 등 복합조리식품이 주원인으로 지목됐다.

식품에 오염되는 위해요소(hazard)는 생물학적, 화학적, 물리적 인자가 있다. 이 중 생물학적 위해요소는 곰팡이, 세균, 바이러스 등의 미생물과 기생충, 원충 등의 생물체를 포함한다. 1990년 이후부터 농약, 중금속 등 화학적 위해인자의 관리가 성공적으로 진행되며 제어가 어려운 토양과 물로부터 기인된 곰팡이, 병원성세균, 바이러스 원충 등 생물학적 위해가 부상하기 시작했다. 최근 초코케이크 살모넬라 사건, 유럽발 병원성대장균, 수산물 콜레라, 통조림 런천미트 등 세균 문제가 급증하고 있고, 구제역, AI(조류독감), 아프리카돼지열병, 노로바이러스 등 바이러스성 위해도 예방이 어려워 당분간 생물이 식품 안전 문제의 근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세레우스 식중독은 1950년 노르웨이에서 Hauge에 의해 바닐라 소스를 섭취한 600여 명의 환자로부터 최초로 발견되었다. 이후 북유럽과 동유럽, 미국, 일본 등에서 식중독 원인균으로 보고되었으며, 1993년 미국 버지니아주 두 곳의 보육센터의 어린이와 직원이 인근 레스토랑에서 만든 닭고기 볶음밥을 먹은 후 식중독을 일으킨 적이 있었다. 스코틀랜드의 한 중국식당에서 8명이 볶음밥을 먹고 3시간 이내에 구토와 설사를 했던 사건이 있었으며, 이는 우리나라에서도 자주 발생하는 독소형 식중독 중 하나다.

세레우스균은 예전 우리나라에서도 생식, 장류 등에서 다량 검출되며 떠들썩했던 적이 있었다. 당시 정량 기준이 없던 상태라 검출이 되기만 하면 기준 위반이 되어 행정 제재를 받던 때였다. 그러나 대부분의 곡물 가공식품에서는 이 균이 자연스레 검출된다. 이후 정량적 기준규격이 갖춰져 지금은 생식, 과채 음료 등은 g당 1,000마리(cfu/g), 장류 또는 장류 원료 식품은 g당 10,000마리(cfu/g), 영유아식은 g당 100마리(cfu/g) 정도의 세레우스균 검출을 허용하고 있다.

세레우스균은 토양 등 자연환경에 널리 분포되고 있으며, 어디에서든 쉽게 발견되는 식중독균이다. 이 균의 특징은 고온에 가열해도 살아남는다는 것이다. 즉, 이번 사례처럼 가열했더라도 남은 음식을 실온에 오래 놔둔다면, 이 곡물 요리를 다시 조리해 먹는다고 해도 독소 중독을 피하기는 힘들다. 세레우스균은 가열하거나 동결, 건조 시 죽지 않고 저항성이 강한 포자를 생성하기 때문에 강한 내열성을 지니며, 건조된 식품에서도 오래 살아남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쌀, 밀가루 등 탄수화물이 함유된 가공식품도 지나치게 장기간 방치하면 위험할 수 있다.

이 질환은 세레우스균이 만들어내는 독소에 따라 설사형과 구토형 증상을 유발한다. 구토형 독소(emetic toxin)는 음식 자체에 퍼져 구토를 유발하며, 설사형 독소(enterotoxin)는 음식을 섭취한 후 경련, 설사 등을 유발한다. 기저질환이 있거나 면역력이 취약한 어린이의 경우 최악에는 사망에 이를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세레우스 식중독은 구토형 독소가 일반적인데, 구토형은 쌀, 파스타 등 주로 곡물 베이스의 탄수화물 식품이 원인이며, 설사형은 향신료를 사용한 식품이나 육류 및 채소의 수프, 조리한 식육 및 소시지의 육가공품 등이 원인이다.

세레우스균은 자연환경에 항상 존재하는 세균이라 대부분 원료가 오염돼 있기 때문에 예방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 또한 가열조리 해도 사멸되지 않고 적당한 보관조건이 마련되면 포자가 다시 발아해 독소를 생성한다. 이를 예방하려면 식품 가공 및 조리환경의 위생관리를 철저히 지켜 2차 오염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하며, 조리된 음식은 반드시 냉장고에 보관하는 것이 좋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건 남은 음식을 장기간 실온 방치하지 않는 보관시간 관리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