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O 가공식품 수입 증가에 따른 국내산의 가치 상승-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366)
GMO 가공식품 수입 증가에 따른 국내산의 가치 상승-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366)
  • 하상도 교수
  • 승인 2023.12.18 0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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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n-GMO 물량 부족…가공식품에 GMO 불가피
‘GMO 완전표시제’는 물가 상승 등초래 득보다 실

국내로 들어오는 수입 유전자 변형작물 가공식품(GMO 가공식품)이 매년 증가 추세다. 2018년 7만5226 톤, 2020년 8만4984 톤에 이어 2022년엔 11만784 톤으로 크게 늘었다고 한다. GMO 가공식품뿐 아니라 국내 가공식품의 원료가 되는 LMO도 수입된다. 그러나 국내 LMO 수입 물량 중 15%만이 식품용이고 85%는 사료용이다. 품종별로는 사료용 옥수수가 83.4%를 차지해 가장 많고 식품용 대두와 옥수수가 그다음이며 식품용 카놀라는 2014년부터 수입량이 없다.

△하상도 교수(중앙대 식품공학부·식품안전성)
△하상도 교수(중앙대 식품공학부·식품안전성)

소비자들은 유전자 재조합을 뜻하는 GMO가 LMO라는 용어보다 익숙하다. 1970년대에 미생물을 시작으로 1990년대에 GM 콩, GM 옥수수가 처음 나올 때까지는 GMO(Genetically Modified Organisms)라는 용어만 쓰였으니 당연한 일이다. 그리고 LMO란 ‘살아있는 유전자변형생물체(Living modified Organism)’를 말하는데, 생명공학 기술을 이용해 얻어진 모든 생물체를 일컫는다.

LMO는 살아 있다는 것을 뜻하는 ‘리빙(Living)'이 핵심이며, 생식과 번식을 할 수 있다는 의미가 내포돼 있다. 이런 의미라면 LMO는 인위적으로 유전자를 재조합한(넣거나 빼거나 바꾼) 살아 있는 생명체를 말해 GMO의 일종이 된다. 최근 논란의 중심에 섰던 주키니 호박은 살아 있는 GMO라 LMO라 부르는데, 콩이나 옥수수기름처럼 가공 처리된 GMO는 LMO에 포함되지 않는다. 그러나 LMO는 유전자를 삽입 또는 변형하는 ‘GM 기술’과 유전자를 절단해 제거하는 ‘유전자가위 기술’을 모두 사용하므로 GMO보다 더 넓은 기술이 되기도 한다.

사실 GMO 가공식품 수입량이 늘고 있다는 건 해외에서는 가공식품 제조에 GMO를 지속적으로 더 많이 사용하고 있다는 얘기다. 우리나라에서는 GMO 작물 재배가 허용된 것이 없어 국내산 식재료는 모두가 Non-GMO다. 사실 국내산 가격이 더 비싼데도 프리미엄으로 인정받으며 우리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는 큰 이유 중 하나가 바로 Non-GMO이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GMO 기술은 식품뿐 아니라 생명과 직결된 의료 영역에서도 크게 활용되고 있다. 유독 먹거리와 관계된 GMO에 대해서만 소비자들의 인식이 부정적이라 완전표시 규제 논쟁이 수년간 이어져 오고 있다. 사실 GMO 완전표시제는 우리 국민 누구에게도 이익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소비자 알권리라는 편익이 있는 것은 사실이나 GMO는 이미 안전성이 입증돼 세계 각국에서 허용하고 있기 때문에 재차 알릴 필요가 없다. 어쩌면 이 제도를 악용해 소비자들이 Non-GMO 식품을 선호하도록 해 이익을 보고자 하는 사람들이 부추기고 있지나 않은지 의심스럽다.

현실적으로 대부분의 가공식품은 GMO를 피할 수가 없고 완전한 GMO 제로 섭취 또한 불가능하다. 전 세계적으로 절대적인 양에 있어서 Non-GMO는 GMO에 비해 식량 수급 자체가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Non-GMO 원재료 또는 가공식품이라고 하더라도 GMO를 판별할 수 있는 기술이 불완전하다. 중국 등 해외에서 GMO 원재료를 Non-GMO로 속여 공급할 경우 이를 원산지부터 추적 관리하고 막아 낼 제도적 장치조차 미비한 것이 현실이다. 유전자 변형이라는 막연한 불안감으로 GMO를 기피하게 하는 규제가 오히려 검증이 어려운 수입산 Non-GMO 식품으로 우리 식탁을 대체하게 되는 모순적 상황을 만들 수도 있다.

그리고 현재의 GMO에 대한 부정적인 사회적 인식 속에서 완전표시제를 시행할 경우 소비자들이 식당이나 마트에서 GMO 가공식품을 꺼릴 가능성이 높다. 일반 식당에서 Non-GMO 음식을 파는 경우 현실적으로 Non-GMO 원재료 확보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코로나 팬데믹으로 크게 높아진 외식 물가의 추가 인상이 예상된다. 식품 원재료의 약 70%를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 식품산업의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채, 완전표시제 도입으로 Non-GMO 사용을 촉발시킨다면 외식산업은 위축되고 소비자가 부담해야 할 비용도 더욱 커질 것이다.

더군다나 GMO 관리제도는 글로벌 무역 시대에 국제 조화를 이뤄야만 국제 교역이 가능하다. 불합리한 규제로 소비자의 부정적 인식을 자극하기보다는 미래 신기술 확보 전쟁의 핵심인 생명과학기술(BT) 확보로 인식해 국민이 충분한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열린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만약 저가의 수입 GMO 가공식품이 없다면 우리 Non-GMO 국내산은 더 이상 프리미엄도 아니고 우리 소비자들의 식탁 물가도 잡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GMO완전표시제는 분명 좋은 제도이고 명분도 있다. 언젠가는 도입돼야 하나 그 시기는 조율돼야 한다. 국민이 객관적으로 GMO가 무엇인지 제대로 알고 구매할 수 있을 때가 바로 그 시기라 생각한다. 단기적으로는 페널티 성격의 ‘GMO 완전표시제’보다는 미국처럼 GMO 원재료를 사용하지 않은 식품에 인센티브 성격의 ‘non-GMO 표시’를 허용하는 것도 좋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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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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