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육류업계의 대체육 고기 표시 반대에 대한 생각-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188)
EU 육류업계의 대체육 고기 표시 반대에 대한 생각-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188)
  • 하상도 교수
  • 승인 2019.12.16 01: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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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대체육에 소시지 등 사용 금지 승인…전세계 주목
식품 시장 미래 먹거리…육류 업계 상생 방안 찾아야

지난 4월 초, 유럽의회 농업위원회가 채식주의자의 비건식품(Vegan foods)의 표시나 제품 설명에 전통적으로 써오던 고기 관련 명칭인 스테이크, 소시지, 버거 등의 사용을 금지하는 법안을 승인했다. 이에 식물성 기반 대체육 식품 표시에 고기 관련 명칭 표기 허용 여부가 뜨거운 감자가 돼 유럽 대륙에서 채식주의자들과 육류업계 사이에 큰 논쟁이 벌어졌다.

△하상도 교수
△하상도 교수

만약 이 법안이 다음 달 유럽의회에서 처리되면 비건식품 표시에 고기 관련 명칭을 쓸 수 없게 된다. 영국 육류가공협회의 로비로 시작된 규제라 봐야하는데, 소비자의 혼동과 오인을 명분으로 삼고 있다. 그러나 영국의 비건협회는 “비건식품에 대한 고기 관련 명칭 사용 금지는, 명백한 표시(clear labelling)에 관한 EU법을 무시하는 처사로 유럽 시민들의 알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며, 이번 법안은 소비자를 위한 게 아니라 육류업계의 이익을 위한 로비의 결과물일 뿐”이라며 항의하고 있는 상황이다.

세계 각국의 대체육 산업 관련자들은 이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하나의 신산업이 만들어지느냐 규제로 사라지느냐가 걸린 큰 문제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도 타다와 기존 택시업계 간의 갈등, 우버택시가 진입하지 못하게 규제로 막고 있는 행태들이 같은 맥락이라고 본다. 기존의 기득권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새로이 시장에 진입하려는 경쟁자들을 힘과 규제로 깔아뭉개려는 시도라고 봐야 한다.

육류 대체식품 시장이 커 가는 이유는 육류 섭취가 몸에 나쁘다는 인식의 확산과 광우병, 조류인플루엔자(AI), 구제역, 아프리카돼지열병 등으로 인한 고기에 대한 불신이 큰 역할을 했다고 본다. 게다가 지난 2015년 10월 26일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에서 소시지, 햄, 핫도그 등 가공육을 담배나 석면처럼 발암 위험성이 큰 ‘1군 발암물질(Group 1)’로 분류하고 “붉은 고기의 섭취가 암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를 내리는 바람에 시장에서 위기를 맞고 있다. 특히 최근 기후 온난화의 주요 원흉으로 고기 생산이 지목받고 있고 이산화탄소 발생과 가축들의 배설물 처리 등 환경보호 측면도 있다고 봐야한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대체육의 글로벌 시장규모가 2020년에는 약 30억 달러로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육류를 즐기고는 싶으나 체중관리 등 건강과 환경을 위해 육류 소비를 줄이고자 하는 행동과 더불어 채식주의자가 늘고 있어 육류 대체식품 시장이 더욱 핫해 지고 있다. 동물 보호나 친환경, 윤리적 소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소수의 취향으로만 여겨졌던 비건이 전 세계적으로 번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체육이란 육류와 같은 동물성 재료가 아닌 식물성 재료를 이용하여 고기의 맛이 나도록 한 음식을 말하는데, 식물성 고기와 배양육이 있다. 식물성 고기는 야채나 콩, 견과류 등에서 추출한 식물성 단백질을 이용해 만든 인조고기를 말하는데, 밀의 글루텐을 이용한 ‘세이탄’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이전에 시도된 콩고기나 밀고기는 맛과 향, 식감이 고기와 많이 달랐으나, 지금은 진짜 고기와 구분하지 못하는 수준까지 올라왔다고 한다. 또한 빌 게이츠, 에반 윌리엄스, 김정주 등 하이텍 분야의 세계적 유명인사들이 식물성 고기 기술에 주목하고 있고 2016년 6월 8일 발표된 구글 에릭 슈밋 회장의 7가지 관심 사업 중 하나로 꼽히기도 했다.

국내 식품시장도 이런 흐름에 발 빠르게 대처하는 중이다. 11번가의 육류 및 생선류를 대체하는 채식 품목의 매출은 최근 5년간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특히 비건푸드인 콩고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2%나 증가했다고 한다. 또한 G마켓의 비건식품도 비슷한 상황이라고 한다. 동원F&B도 미국 대체육 시장을 주도하는 '비욘드미트(Beyond Meat)'를 수입, 판매 중에 있는데, 지난 2019년 4월 출시 한 달 만에 1만 팩이 팔려나간 바 있다. 롯데푸드도 국내 식품업계 최초로 직접 식물성 대체육 제품을 개발했는데, 2019년 4월 '엔네이처 제로미트'란 브랜드를 론칭했다. CJ제일제당과 풀무원 또한 육류 대체를 미래 전략사업으로 키울 계획이라고 한다.

최근 맥도날드는 햄버거 소고기 패티에 항생제 사용을 줄이는 정책을 발표했다. 성장호르몬과 항생제를 투여하지 않는 윤리적 사육방식에 한발 더 나아가 식물성 대체육과 배양육이 그 핵심이다. 맥도날드와 KFC는 비욘드미트社와 공동으로 식물 기반 버거와 치킨 너겟 및 날개를, 버거킹은 대체육 제조사인 임파서블 푸즈 사에서 납품받은 패티로 만든 버거를 시험판매하기로 했다. 네덜란드의 정육점인 드 베지테리시 슬래저에서는 고기의 맛과 질감을 살리면서 영양이 풍부한 식물성 고기를 판매하고 있다고 한다.

이렇듯 대체육 시장은 글로벌 식품시장에서 핫한 미래 먹거리로 떠 올랐다. 기존의 육류업계는 새로운 대체육 시장을 인정해야 한다. 대세를 힘으로 눌러 막으려 한다고 막아 질 일이 아니라고 본다. 오히려 대체육 산업과 동반성장, 상생(相生)할 수 있는 선제적 대안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라 생각한다.

중앙대학교 식품공학부 교수(식품안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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