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20조 원 식량폐기물…‘민-관-기업 협의체’ 구성해 미래 대비해야
연간 20조 원 식량폐기물…‘민-관-기업 협의체’ 구성해 미래 대비해야
  • 이재현 기자
  • 승인 2019.10.21 02: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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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호 이사장 “쓰레기 저감-자급률 제고 투 트랙 전략 구사해야”

인구 과잉에 따른 식량문제가 전 세계적으로 가장 큰 골칫거리로 자리 잡으며 각 국에선 식량 낭비 줄이기 운동이 한창인 가운데 우리나라도 정부, 기업, 학계, 소비자 등이 함께하는 협의체를 마련해 가까운 미래를 대비해야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제 전 세계에서 생산하는 식량 40억 톤 중 3분의 1은 손실되거나 낭비되고 있으며, 이를 경제적 손실로 따지면 연간 1조 달러(한화 약 1118조 원)에 달한다. 우리나라 역시 환경부에 따르면 하루 평균 약 1만5900톤(2017년 기준)의 음식물 쓰레기가 배출되며, 이에 따른 경제적 손실이 연간 20조 원 이상에 이르고 있다. 심지어 처리 비용으로만 해마다 8600억 원이 사용된다.

이러한 상황에 15일 프레스센터에서 정부, 업계, 소비자·시민단체, 언론 등으로 구성된 전문가들은 식량 낭비를 줄이고, 대국민 캠페인 추진을 위한 대책 마련에 머리를 맞댔다.

간담회를 주관한 이철호 식량안보연구재단 이사장은 식량 낭비 줄이기 국민운동 추진을 위해서는 농식품부, 식약처, 환경부가 중심이 돼 복지부, 해수부, 교육부, 국방부 등을 포함하는 식량낭비 감축을 위한 협의체를 구성해야 하며, 협의체 안에는 농수산 생산단체, 식품제조·가공산업 관련 단체, 식품유통판매 관련 단체, 외식산업 관련 단체 등 산업계의 참여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 산업계, 학계, 사회단체 대표로 구성된 추진위원회가 구성돼 식량낭비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는 사안들에 대한 입법 및 정책 개선 추진(규격미달 생산물의 활용, 유통기한 표시제도 개선, 유통과정 온도관리 의무화, 대형매장의 식품폐기 금지 등)이 이뤄져야 하고, 대국민 홍보 차원에서 학교 등 식량낭비 줄이기 국민교육을 실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이사장은 “식량 낭비 줄이기 운동이 탄력을 받기 위해서는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고, 식량 자급률을 높이기 위한 ‘투 트랙 전략’을 구사해야 하는 만큼 농식품부 주도 하에 각 부처가 협력해 체계적으로 추진돼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부처 공동 법안 제정·국가 푸드 플랜에 포함을
유통기한 문제 해결하면 낭비 줄이는데 큰 도움

△이날 간담회에는 정부, 업계, 소비자·시민단체, 언론 등 10여 명의 전문가가 참석해 효과적으로 식량 낭비 줄이기를 위한 대책 마련에 머리를 맞댔다.(사진=식품음료신문)
△이날 간담회에는 정부, 업계, 소비자·시민단체, 언론 등 10여 명의 전문가가 참석해 효과적으로 식량 낭비 줄이기를 위한 대책 마련에 머리를 맞댔다.(사진=식품음료신문)

이정삼 농식품부 유통정책과장은 식량 자급률 제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과장은 “수입농산물을 값싸게 들여와 필요한 곳에 적절하게 분배하면 오히려 식량 낭비 줄이기는 쉽지만 이럴 경우 국내 시장은 수입산에 잠식당하게 돼 우리 식량의 자급률을 높이는 방안을 먼저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과장은 “식량 낭비 줄이기의 추진체계를 잡기 위해선 예산 등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현재 대통령직속 법정위원회인 농특위를 국가식품위원회로 변경해 먹거리낭비 감축 플랜을 주도한다면 새로운 위원회를 만들 필요도 없고 법을 만들 수 있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최종동 식약처 식품표시광고정책TF 과장은 “5년 단위로 식품안전 기본계획을 한다. 내년 5개년 계획이 구성되는데, 식량 낭비 줄이기도 정책에 포함할 수 있는 방안도 있다”고 말했다.

단 그는 국민운동 추진에 앞서 버리는 것을 줄이는 것인지, 과잉 생산을 줄일 것인지 정확한 목표 방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최 과장은 “건의안 등을 보면 유통기한 경과 식품과 규격미달 생산물을 적극 활용하자는 의견이 있는데, 이는 자칫 소비자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어 신중해야 한다”며 “식량 낭비를 줄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적정생산, 적정분배, 적정소비’가 밑바탕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식량안보연구재단은 ‘식량 낭비 줄이기’ 대 정부 건의문을 작성해 관련 부처 장·차관을 비롯한 70여 명에게 배포했다.
△식량안보연구재단은 ‘식량 낭비 줄이기’ 대 정부 건의문을 작성해 관련 부처 장·차관을 비롯한 70여 명에게 배포했다.

배옥병 서울시청 먹거리정책자문관은 “법이나 정책 추진 시 부처간 갈등 등으로 지연되는 경우가 많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총리 산하실 중심으로 다부처 공동 법안을 추진하는 것이 하나의 방법일 수 있다고 본다”면서 “각 부처에서 별도 움직일 경우 처음에는 의욕을 갖고 추진하지만 시간이 지나 지지부진되는 경우가 많다. 부처간 협업해야 민간의 추진 동력도 생기고, 버리는 것과 과잉생산의 딜레마도 해결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향기 한국소비자연맹 부회장 역시 “식량 안보, 안전 등은 각 부처에서 수행하고 있지만 소통이 없어 서로 모르고 있기 때문에 이를 아우를 수 있는 컨트롤타워는 필요하다. 총리실 산하 별도 식량 안보를 고민하고 해결할 수 있는 위원회를 구성해 국가 큰 위기 문제인 식량 문제를 범부처 차원 체계적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간 20조, 매출 감소와 직결…업계 참여 유도 필요
강요 싫어해 현장 실시 한계…시스템 접근이 효과적

반면 이광호 식품산업협회 부회장은 “총리실에서 식량 안보까지 관할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식품산업 진흥 육성을 하는 농식품부에서 국가푸드플랜 법제화 시 이를 포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며 “국내 버려지는 식품 폐기물의 상당량은 유통기한이 지난 식품이다. 유통기한이 임박한 식품은 푸드뱅크 등 자선단체에서도 취급하지 않는다. 식약처가 유통기한 문제를 해결한다면 식량 낭비를 줄이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동환 농식품신유통연구원장은 “농식품 분야 식품 폐기물을 줄이면 연간 20조 원이 절약된다고 하는데, 반대로 생산자나 기업들은 연간 20조 원의 매출이 감소하는 것이어서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을 수도 있다. 이들 참여를 유도하는 방안도 모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식품 과잉, 잉여를 국내에서만 해결하지 않고 가공식품 등 유통기한이 충분한 경우 해외 개발도상국에 원조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으며, 생산단계에서 사전적 수급조절을 해 산지폐기 되는 것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황민영 식생활교육국민네트워크 대표는 “가장 중요한 것은 행정이다. 각 부처가 열의를 갖고 적극적으로 협력해야 운동이 탄력을 받을 수 있다. 어떤 식으로든 법을 만들어야 이를 수행하기 위한 규칙이 만들어진다”며 법 개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순복 한국여성소비자연합 사무총장은 “음식물 쓰레기 줄이기 운동이 현장에서 실시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시민들에게 자발적으로 실천을 주문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특히 시대 흐름상 시민들이 희생에 대해 강요받는 것을 원치 않는다. 그렇다면 시스템으로 접근해 원천적 효과를 볼 수 있는 정책적 방안이 수립되는 것이 옳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박태균 한국식품커뮤니케이션포럼 회장은 “일본은 식량자급률을 전담하는 부서가 있을 정도로 식량 안보에 대해 체계적으로 하고 있다. 식량안보는 농식품부에서 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다. 현재 국회 계류 중인 국가식품푸드플랜 법안에 목소리를 담는 것이 보다 효율적”이라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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