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와 ‘인포데믹’, 약(藥)으로 둔갑한 식품-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203)
코로나19 사태와 ‘인포데믹’, 약(藥)으로 둔갑한 식품-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203)
  • 하상도 교수
  • 승인 2020.04.06 0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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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역력 높이는 식품, 약은 아냐…엉터리 민간요법은 부작용

대구·경북 지역 확진자 수가 감소하며 진정 국면을 보일 것 같았던 코로나19가 최근 미국, 유렵 등 해외 귀국자가 급증하며 수도권을 중심으로 확산돼 장기화될 조짐이 보인다. 이 와중에 유튜브와 SNS를 통해 ‘인포데믹’ 부작용이 넘쳐나고 있다. 장류, 김치, 우유, 유산균 발효유, 단백질 음료, 고기, 홍삼 등 건강식으로 면역력을 높이자는 주장은 애교로 봐 줄 수 있는데, 치료, 퇴치용 약으로 둔갑한 엉터리 민간요법들이 판치고 있다. 최근 불거진 교회 등에서 소금으로 코로나19를 퇴치할 수 있다는 주장, 알코올을 마시거나, 마늘, 카레로 바이러스를 죽인다는 주장 등이 난무하고 있다.

△하상도 교수
△하상도 교수

‘인포데믹(infodemic)’이란 ‘정보(information)’와 ‘감염병 유행(epidemic)’을 합성한 용어다. 즉, 잘못된 정보가 전염병처럼 퍼지는 현상을 말한다. 음식괴담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지만 최근 그 정도가 도를 넘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올 2월 2일 공개한 ‘코로나19 보고서’에서도 정보가 과도하게 넘쳐 괴담을 낳고 있어 인포데믹이 우려된다고 경고하고 있다.

지난 2월 21일 유튜브에 올라온 한 동영상에서 중년 남성이 소금으로 코로나19를 퇴치할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고 경기 성남시 은혜의강 교회에서 확진 판정을 받은 목사 부인이 코로나 퇴치를 위해 신도들에게 소금물을 뿌린 사건도 있었다. 이런 가짜정보는 온라인을 타고 흘러 다니다 결국 누군가의 손에 의해 현실이 되는데, 실제 온라인에는 코로나19를 둘러싼 확인되지 않은 정보가 난무하고 있는 실정이다.

소금물을 비롯 알코올, 마늘, 카레를 섭취하면 바이러스를 예방할 수 있다는 내용도 있다. 해외에서는 코로나19를 예방하려고 소독용 알코올을 마신 이란인 44명이 목숨을 잃은 일이 있었고 홍콩에서는 엉터리 소문을 듣고 생마늘 1.5㎏을 먹은 사람이 병원에 실려 가기도 했다. 또한 안티푸라민을 코 밑과 입 주변에 바르면 세균과 바이러스를 동시에 예방할 수 있다는 얘기도 돌고 있다. 모두 그럴듯하게 보이지만 실제 효능을 내기에는 턱도 없는 이야기들이다.

이런 가운데서도 효능까지는 아니지만 면역력을 향상시키는 음식들이 크게 주목받고 있다. 치료제나 백신이 없는 상황에서 스스로 면역력을 높여 코로나 바이러스를 이겨내기 위한 최선의 방법이기 때문이다. 실제 코로나19 사태 이후 면역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고 알려진 고단백 육류 및 육가공 제품의 소비가 늘고 있고, 무엇보다 고추장, 된장, 김치 등 발효식품이 각광을 받고 있다고 한다.

면역력 향상으로 주목받고 있는 7대 식품 중 첫째는 장류다. 콩으로 만든 제품이기도 하고 발효과정에서 좋은 면역성분들이 다량 생성되기 때문이라 한다. 둘째는 김치다. 발효과정에서 생성되는 유산균과 유기산, 항산화물질이 면역력 관리에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 셋째는 우유다. 이는 단백질이 풍부하고, 면역력을 강화시켜 주는 면역글로불린, 라이소자임, 락토페린, 비타민 D, 칼슘 등을 함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가 발표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예방과 치료를 위한 영양섭취가이드’에서는 충분한 에너지를 위한 고단백 식품으로 ‘우유’를 꼽아 하루 300 ml 섭취를 권고했다고 한다. 넷째는 유산균 발효유다. 프로바이오틱스로 유명한데, 체내 면역세포의 70% 이상이 위치한 장 건강에 대한 중요성이 알려지면서부터 배변활동에도 도움을 주는 발효유가 인기를 끌고 있다. 또한 유산균 섭취로 치밀해진 장벽은 인체 내부로 물질이 들어오는 독성물질을 제한하는 ‘차단벽’과 같은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다섯째는 단백질 음료다. 우리 몸에서 바이러스에 대항하는 백혈구, 항체 등 면역세포나 면역물질은 대부분 단백질로 구성돼 있기 때문이다. 여섯째는 고기다. 소고기, 돼지고기 등 동물성 단백질은 신체 면역세포의 재료인 필수 아미노산을 풍부하게 갖고 있다. 일곱째는 건강기능식품이다. 대표적으로 홍삼, 당귀 등 혼합추출물, 스피루리나, 알로에 겔, 클로렐라가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이들은 모두 코로나 바이러스 침입 시 면역으로 이겨내기 위해 몸을 만들어 놓는데 필요한 음식일 뿐 치료와 감염 예방을 위한 약(藥)의 개념은 절대 아니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식품의 진정한 가치(價値)는 질병의 예방이나 치료가 아니다. 음식을 약처럼 먹는 것은 효능을 떠나 가성비 측면에서도 소비자에겐 손해다. 이제는 이런 근거 없는 ‘인포피아’의 환상에서 벗어나야 한다. 특히 전문가나 식품 관련 산업 종사자들은 더더욱 따끔한 충고와 조언으로 이를 막아내야 할 것이다.

일반 시민들의 코로나19 예방법으로는 건강을 유지하고, 외출 시 공공장소에서는 마스크를 착용하며, 손 씻기와 손 소독 등 개인위생을 지키고 습관화해야 한다.

중앙대학교 식품공학부 교수(식품안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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